"휴가 갔다오면 보자는데.." 극단선택 시도한 공군일병, 알고보니

입력 2023.05.12 08:33수정 2023.05.12 17:47
닷새째 의식불명..가족들은 "가혹행위때문"
군 1차 소견엔 "가족에 의한 학업스트레스"
"휴가 갔다오면 보자는데.." 극단선택 시도한 공군일병, 알고보니
ⓒ News1 DB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기 파주시 공군부대에서 한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가운데 닷새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일병은 "선임들의 가혹행위로 힘들다"라며 주변인들에게 하소연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일 0시 15분경 파주시 법원읍 한 공군부대에서 발생했다.

당시 일병 A씨(21)는 선임들에 의해 발견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닷새째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다.

"휴가 갔다오면 보자는데 너무 무섭다" 하소연한 일병

A씨 가족은 A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 원인으로 부대 내 가혹행위를 꼽고 있다. 지난달 25일~이달 4일까지 10일간 휴가를 나온 A씨가 애인과 친구들을 만나 가혹행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A씨는 애인에게 "한 선임이 휴가 가기 전날 생활관 앞에 세워 놓고 윽박 질렀다"라며 "휴가 갔다 오면 보자는데 너무 무섭다"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군 측은 A씨 가족에게 '가족들에 의한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이 원인'이라는 1차 소견을 전달했다.

이에 A씨 가족은 군 측이 가족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A씨의 작은 아버지 B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정말 밝은 아이였다. 인간관계도 좋았다"라며 "휴가 때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도 갔다 오고, 가족들과 식사도 하며 잘 지냈는데 부대에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복귀하자마자 그런 선택을 했겠느냐"라고 전했다.

가족들 "자대배치 직후부터 가혹행위 있었다" 주장

B씨는 A씨가 지난달 자대배치를 받은 직후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A씨는 아버지와 조부모의 면회로 외출을 나갔다고 한다. 이때 선임들이 "이등병이 벌써부터 외출이냐"라고 지적하며 갈굼이 시작됐다는 것.

A씨는 또 한 선임으로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밤중에 포 덮개를 홀로 씌우고 오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껴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고, 이 과정에서 주임원사에게는 가혹행위가 아닌 학업 등 다른 이유를 댔다고 한다.

B씨는 "정신과 한 번 가본적 없는 아이다.
입대하고 나서 약을 먹었다면 부대 내 문제가 아니냐"라며 "이 문제를 조카와 가족에게 돌린다는 게 은폐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공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족들이 주장하는 가혹행위 사실은 밝혀진 게 없다. 다만 계속 수사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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