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그리고 또? 세 사람의 DNA 물려받은 아기의 정체

입력 2023.05.11 15:59수정 2023.05.11 16:02
엄마, 아빠 그리고 또? 세 사람의 DNA 물려받은 아기의 정체
신생아(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명의 유전자(DNA)를 지닌 아기가 영국에서 태어났다. 아기에게 심각한 질환이 유전되지 않게 하려고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 출산이 이뤄진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있는 여성이 특정 체외수정 기술로 자신과 남편 그리고 난자 공여자 등 3명의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출산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와 인간수정·배아관리국은 11일 "3명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5명 미만의 신생아가 태어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가족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항은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신생아 200명 중 1명 꼴로 미토콘드리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된다. 확률은 6000명 중 1명, 약 0.016%에 불과하지만 변이된 미토콘드리아 DNA가 자녀에게 유전되면 근이영양증과 간질, 심장병, 지적장애, 치매, 파킨슨병, 헌팅턴병, 비만, 당뇨병, 암 등 심각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개발된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MDT)은 많은 부모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이 기술은 아기 아버지의 정자와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지닌 난자 공여자의 핵을 제거한 난자를 수정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수정란을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다.

이 경우 아기는 부모와 난자 공여자까지 세 명의 유전자를 갖게 되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전체 유전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1% 정도이기에 이 중 99.8% 이상이 부모의 유전자가 된다.

물론 이 시술도 위험이 있다. 때에 따라서 소수의 비정상 미토콘드리아가 어머니의 난자에서 공여자의 난자로 넘어가 아기가 자궁에 있을 때 증식할 수 있고 따라서 아이에게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영국은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법을 개정해 MDT 시술을 허가했으나 세계 최초의 '3명 유전자 아기'는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지난 2016년 요르단 출신 부모 사이에서 미국 의료진에 의해 이 시술이 시행됐고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다만 당시 미국에서는 이 시술이 승인받지 못한 상태라 멕시코에서 시술이 이뤄졌다.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국은 가디언에 영국에서 MDT로 태어난 아이의 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5명 미만이라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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