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바닥에서 눕더니...스케일이 다른 '보복관광'

입력 2023.05.02 07:59수정 2023.05.02 10:19
화장실 바닥에서 눕더니...스케일이 다른 '보복관광'
지난달 30일 중국 유명 관광지인 안후이성 황산의 정상 건물 화장실에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밤을 지새고 있다. 웨이보 캡쳐

화장실 바닥에서 눕더니...스케일이 다른 '보복관광'
지난달 30일 중국 유명 관광지인 안후이성 황산의 정상 건물 화장실에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밤을 지새고 있다. 웨이보 캡쳐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닷새 간의 황금연휴(4월 29일∼5월 3일)를 맞은 중국 곳곳이 '보복 관광'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숙소를 못 구한 이들이 화장실에서 밤을 지새우는가 하면, '낙타 신호등'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속출했다.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현지 언론이 1일 당국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연휴 둘째 날인 지난달 30일 철도·도로·수로·항공 등을 이용해 이동한 사람은 5231만명에 달했다. 연휴 첫날인 29일 5827만명이 이동한 것을 감안하면 이동한 사람의 수는 이틀 간 1억1000만명이 넘는다.

지난달 30일 황산 정상의 일출 명소인 광명정의 공중화장실에서 관광객들이 빽빽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밤을 지새우는 모습이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왔다. SNS에 퍼진 영상에선 "이곳에서 잠을 자려면 공공질서를 준수하고, 다른 사람의 화장실 이용에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황산 관리소 측은 "케이블카와 셔틀버스를 오후 8시 30분까지 연장 운행하며 하산을 도왔지만 숙소가 따로 없던 관광객 800여명이 정상에서 버티면서 화장실 노숙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노숙 관광객은 24시간 영업 식당도 점령했다. 샤브샤브 전문점 하이디라오는 24시간 영업 방침을 노리고 숙박비를 절약하려는 대학생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꼬치구이로 명성을 얻은 산둥성 쯔보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꼬치 시장 입구를 한때 차단했다. 현장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1∼2m 마다 보안요원이 배치됐다는 관광객의 증언도 나왔다.

충칭의 야경 명소 첸쓰먼대교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다리 입구를 봉쇄하기도 했다. 항저우 시후에 있는 다리 돤차오도 사람들이 몰려 인근 공중화장실 앞에는 수백m의 줄이 늘어섰다.

화장실 바닥에서 눕더니...스케일이 다른 '보복관광'
중국 노동절 연휴 인파에 간쑤성 둔황의 명사산 월야천 관광지에 등장한 낙타 신호등. 웨이보 캡쳐


사막 낙타 관광으로 유명한 간쑤성 둔황의 명사산 월야천에는 낙타 신호등까지 등장했다. 현지 CCTV에 따르면 밀려드는 관광객을 소화하기 위해 낙타 2400마리가 총동원되면서 낙타길 정체 등을 막기 위한 낙타용 신호등이 선보였다.

상하이의 관광지 와이탄은 지난달 30일 하루 442만명이 찾았다. 경찰 당국은 1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8만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예상된다며 이 시간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상하이 당국은 경찰을 동원한 '인간 신호등'으로 교차로 인파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안전사고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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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항저우 시후 쇼핑가에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인간 신호등이 등장했다. 웨이보 캡쳐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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