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면 나오는 해외 여행 예능…힐링 아닌 '피로' 급증

입력 2023.05.01 08:01수정 2023.05.01 08:00
틀면 나오는 해외 여행 예능…힐링 아닌 '피로' 급증 [N초점]
tvN


틀면 나오는 해외 여행 예능…힐링 아닌 '피로' 급증 [N초점]
tvN


틀면 나오는 해외 여행 예능…힐링 아닌 '피로' 급증 [N초점]
ENA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해에는 비연예인 출연자들을 내세운 연애 예능이 대세 흐름을 형성한 데 이어, 올해는 다시 해외로 떠나는 예능이 틀면 어디든 나오는 수준으로 방송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활발히 제작됐던 여행 예능이 엔데믹을 맞아 재차 우후죽순으로 제작되고 있는 추세다.

이전처럼 해외에서 '여행'에만 집중하지 않고, 한식 장사와 캠핑 및 워킹홀리데이 등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포맷으로 확장되긴 했으나, 모두 비슷한 시기에 편성된 데다 유사한 해외 풍경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뚜렷한 차별점을 두기 어려워졌다.

올해 초만 해도 '서진이네'와 '텐트 밖은 유럽' 시즌2 제작까지 tvN의 해외 촬영 예능 라인업 또한 기대를 모았지만, 비슷한 시기 '아주 사적인 동남아'와 '장사천재 백사장' 그리고 지난 4월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부산촌놈 in 시드니'까지 가세하며 변별력을 잃었다.

'서진이네'는 평균 8%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나타내는 등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 특유의 '자기복제' 속에 탄생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조진웅 권율 등이 출연하는 '텐트 밖은 유럽' 시즌2는 4%대, 이선균 장항준이 출연하는 '아주 사적인 동남아'는 2%대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 중이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체감 화제성은 크지 않다.

이 와중에 tvN에서는 해당 채널 여타 프로그램보다 비교적 차별화를 노력한 흔적이 묻어나는 '장사천재 백사장'과 '부산촌놈 in 시드니' 정도가 호평을 받고 있다. '장사천재 백사장'의 경우 3회를 제외하고 1회와 2회, 최근 방송분인 4회가 4.9%의 동률을 기록했고, 한식 불모지인 모로코의 야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중단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으나 오랜 장사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하는 기지를 보여주는 모습이 흥미를 안겼다. '부산촌놈 in 시드니'는 첫 방송이 2%로 시작, 허성태와 이시언 안보현 곽튜브 등 새 조합의 활약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JTBC 역시도 해외에서 촬영한 예능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톡파원'들을 통해 해외 각지의 소식을 전해주며 대리만족을 충족해 줬던 '톡파원25시' 외에도, '뭉쳐야' 시리즈 주요 멤버인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의 배낭여행을 담은 '뭉뜬리턴즈'를 선보였다. 과거처럼 패키지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콘셉트를 바꿨지만 이전만큼 관심은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18일부터는 '스페셜 배낭여행' 특집으로 이경규가 '여사친' 노사연과 박미선, 조혜련, 신봉선과 함께하는 '꽃보다 경규'를 선보이고 있다.

JTBC 여행 프로그램에서 돋보이는 건 이연복 셰프와 홍진경 등이 해외에서 K급식을 선보인 '한국인의 식판'이다. 지난 3월25일부터 방송 중인 '한국인의 식판'은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과 옥스퍼드대 등에서의 도전은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그림을 보여줬다.

여행지 소개 및 정보 프로그램인 KBS 2TV '배틀트립2'나 채널S '다시갈지도' 또한 꾸준히 방송되고 있다. '배틀트립'의 경우 실속 있는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두 개 팀으로 나뉜 스타들이 각자 여행을 두고 배틀을 벌이는 형식이 시즌1 당시에는 호평을 받았으나, 시즌2에서는 1%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또한 KBS는 스타 가족들의 좌충우돌 해외 여행기를 담은 '걸어서 환장 속으로'도 선보였고, SBS는 디오와 지코, 크러쉬, 최정훈, 이용진, 양세찬 등을 앞세운 '수학 없는 수학여행'을 내놓았지만 신선한 조합의 캐스팅임에도 지난 4월27일 방송분이 시청률 1%까지 하락했다. 대부분의 여행 예능이 1%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물론 시청률은 1%대지만 OTT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성이 높은 여행 예능도 있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가 연출한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0.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4회와 7회, 그리고 가장 최근 방송분인 8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1.4%를 달성했다. ENA 채널의 또 다른 인기 예능이기도 한 '나는 솔로'의 시청률이 1.0%에서 최고 1.5%까지 넘나들고 있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도 유의미한 성과로 보인다.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까지 여행 전문 유튜버 3인방 '곽빠원'이 주사위를 던져 나온 여행지를 찾아 조회수 대결을 벌이는 포맷으로, 최근에는 바하마와 갈라파고스, 뉴질랜드 등 기존 여행 예능에서는 볼 수 없는 난이도 높은 여행지를 선보여 확실히 차별화된 볼거리를 보여줬다.

여행 예능은 기안84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시즌2가 오는 6월, 유해진과 진선규, 박지환, 윤균상 등 시즌1 멤버들이 다시 뭉친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편이 오는 11일 첫 방송을 각각 앞두는 등 당분간 계속 안방을 찾아올 예정이다.


차별화를 지닌 여행 예능도 있긴하지만 유사 포맷의 과도한 반복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급증하는 피로도는 여전히 고려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도가 지나치게 많이 제작되는 면이 있다"며 "과거 육아 예능과 오디션 예능부터 지난해 연애 예능 열풍까지 한꺼번에 나왔던 때처럼 여전히 문제 의식 없이 대세에 편승하는 흐름이 변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시청자) 측면에서의 제작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