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직무수행과 무관한 사유로 다쳐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가 숨진 군인은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육군 하사 A씨 모친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유족 비(非)해당 결정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소속 부대 중사들과 야유회를 갔다가 독신자 간부숙소로 귀가했다. 그런데 숙소 열쇠가 없어 옥상을 통해 4층 방으로 들어가려다 추락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약 2주간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A씨 모친은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했지만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유족이나 보훈보상대상자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등록거부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 모친은 주위적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거부한 처분의 취소를, 예비적으로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신청을 거부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 모친은 "아들은 추락사고 이후 인사명령에 따라 치료목적으로 군병원에 입원했고, 입원 치료도 내무생활의 연장으로서 직무수행으로 봐야 한다"며 "직무수행 중 사망했으므로 국가유공자유족이나 보훈보상대상자유족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 사망은 국가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한다고 할 수 없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국가유공자는 아니지만 보훈보상대상자에는 해당한다며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였다.
국가수호와 국민보호 등과 직접적 관련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숨지거나 다친 경우는 국가대상자에, 관련이 없는 경우는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구 보훈보상자법 시행령에서 정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의 준비행위' 중 사고로 사망한 재해사망군경인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소속 부대장의 정당한 명령 아래 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것은 '부상을 입은 군인이 전투력을 회복해 병역에 복귀할 목적으로 임하는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보훈보상대상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구 보훈보상대상자법 시행령에서 정한 '직무수행과 관련된 준비행위'에서의 직무수행은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막연히 전투력의 회복이나 병역 복귀라는 추상적인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군인이 군병원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는 행위를 '직무수행과 관련된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 최초 상이(부상을 당함)의 원인이 직무수행·교육훈련과 무관한 경우에도 치료나 수술과정에서 사망하면 모두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만약 추락사고가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으로 인해 발생했고 그 치료나 수술과정에서 망인이 사망한 것이라면 직무수행과 관련성을 인정해 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추락사고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