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영화감독 마흐누어 유세프가 지난 16일 이탈리아 북부 인기 관광지인 코모호수에서 밀라노로 가는 열차 안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유세프는 중국계 미국인 남자친구와 그의 중국인 어머니, 백인 아버지와 함께 타고 있었는데 대각선 방향에 앉은 여대생 3명이 자신들 쪽을 쳐다보며 웃으면서 이탈리아어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을 봤다.
유세프는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똑같은 행동이 이어지고 점점 수위가 높아지자 이들을 촬영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올렸다. 영상 속에는 3명의 대학생이 유세프 쪽을 바라보며 중국 인사말인 '니하오' 등 중국어를 흉내 내며 웃음보를 터뜨리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 24일 틱톡에 업로드된 이 영상은 지금까지 192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어 "난 젊은 세대에게 더 나은 것을 기대했다. 내가 이 영상을 올린 뒤 많은 아시아계 친구들이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을 공유해줬다"라며 "미국은 인종 문제가 있지만 유럽은 20년이나 뒤처져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여러 SNS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SNS 사용자들은 이 여대생 3명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소속 대학을 빠르게 찾아내 대학 측에 이를 고발했다. 결국 논란을 일으킨 대학생들이 소속된 3개 대학은 성명을 내고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와 차별에 반대한다"며 해당 학생들의 행동은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들 대학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 학생들은 응당한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세프는 이날 3명의 여대생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해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고 팔로워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유세프는 영상을 내려달라는 이 여대생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유세프는 "다음에는 중국인에게 '니하오'라고 외치거나 갈색 피부의 사람을 원숭이라고 부르거나 외국인을 협박하고 조롱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란다"라며 "당신은 개인적인 평판을 망쳤고,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국가의 평판을 망쳤다. 우리 여행도 망쳤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