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대통령이 이차전지 시장 동향과 현주소를 요약해서 수석들에게 나눠주셨다. 깜짝 놀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초격차(超格差)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조원의 민·관 투자를 약속한 지난 20일 국가전략회의. 윤 대통령은 회의 준비를 위해 모인 수석비서관들에게 종이 한 장씩을 내밀었다.
참모들을 경악하게 한 종이의 정체는 '이차전지 시장 동향 요약본'이었다. 요약본에 핵심 소재인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의 설명부터 2차 전지 국제 시장의 동향과 국내 산업의 현황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최근 이차전지 국제 시장 동향과 우리의 현 위치를 요약해서 오히려 수석들에게 나눠주셨다"며 "이차전지 관련 책들을 모조리 섭렵하신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산업 발전 방향을 보고하러 갔던 참모들은 거꾸로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리튬·니켈 등 배터리 광물의 종류부터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의 반비례 관계 등 전문지식을 구사하며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역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당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국가전략회의에서 이차전지를 "탄소중립 시대 전기차의 동력이자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열쇠"로 비유했다. 이어 "이차전지는 반도체와 함께 우리의 안보·전략 자산의 핵심"이라며 산업 우위를 위한 대대적인 민·관 투자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 사이에서 '다독가'이자 '속독가'로 유명하다. 외부 일정이나 행사를 제외하면 대통령 집무실에서 각 부처와 대통령실 수석실이 올린 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하고, 퇴근 후에는 한남동 관저에서 새벽까지 보고서를 읽거나 관련 서적을 공부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보고서를 읽던 중 궁금하거나 지시 사항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핫라인'을 거는 탓에 참모들과 장관들도 5분 대기조 상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고서를 읽다 궁금한 게 있으면 새벽 2시에도 전화를 건다"며 "장관들이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연초 육성 의지를 밝혔던 '양자과학기술'도 참모들 사이에서는 '아찔한 추억'으로 회자된다. 당시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실 내에 양자과학기술을 전공한 전문가가 없어 대통령 보고를 위해 상당 기간 매일 '양자기술 스터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 공대를 찾아 양자기술 석학들과 대화를 갖고 올해를 '양자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영향인지 학구열이 상당하다. 검사 시절 수백장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매일 본 경험 때문인지 리딩(독서) 속도와 양이 엄청나다"며 "국정운영을 하는 사람은 몸소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