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6조 규모 '명품 왕국' 주인 누가 될까?"...막 오른 후계자 쟁탈전

입력 2023.04.21 07:57수정 2023.04.21 13:52
아르노 회장, LVMH家 경쟁 본격화
"636조 규모 '명품 왕국' 주인 누가 될까?"...막 오른 후계자 쟁탈전
2월 21일 글로벌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찾아 매장을 둘러본 뒤 차량에 올라 계열사 대표들과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1위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74)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의 다섯 명의 자녀들이 후계자를 놓고 경쟁에 들어섰다. 앞서 아르노 회장은 그룹 내 최고 경영진의 퇴직 연령을 기존 75세에서 80세로 연장했다. 그가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자녀들이 후계자 '오디션' 경쟁은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노 회장이 '명품 왕국'인 LVMH 운영과 관련해 다섯 자녀를 오디션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명품 그룹 LVMH는 현재 기업가치가 4800억달러(687조3000억원)로 평가되며, 아르노 회장은 27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부호로 꼽힌다. 핵심계열사로는 루이비통(Louis Vuitton·명품 패션), 모엣 샹동(Moët&Chandon·샴페인), 헤네시(Hennessy·꼬냑) 등이 있으며, 그룹명 LVHM은 해당 계열사의 앞 글자를 땄다.

아르노 회장의 다섯 명의 자녀는 모두 성인이며 LVMH의 후계자 대열에 올라 있다.

이중 장녀 델핀 아르노(48)는 지난 1월 핵심 계열사인 크리스찬 디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며 후계자 경쟁에서 선두권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2013년 크리스챤 디올 부사장에 오른 뒤 10년간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어 둘째이자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46)는 지난해 12월 지주회사인 크리스찬 디올 SE의 부회장으로 임명되었다. 셋째 아들인 알렉산더 아르노(31)는 티파니앤코 부사장이며, 넷째 아들 프레데릭 아르노(28)는 태그호이어의 CEO로 활약하고 있다. 막내아들인 장 아르노(24)도 루이비통에서 시계 부문을 담당하며 사업을 배우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에서 자녀들과 매달 90분간 점심 식사를 한다. 이 자리에서 아이패드를 가져와 미리 준비된 토론 안건을 언급하며 식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회사의 특정 임원에 대한 자녀들의 의견을 듣거나 여러 브랜드의 개편 시점을 묻는 등 사업과 관련한 다섯 자녀의 판단과 조언을 구한다.

최근에는 회사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 자녀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들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부의 불평등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자 아르노 회장은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던 장남 앙투안을 찾아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앙투안은 LVMH가 한 해 동안 프랑스 정부에 세금으로 지출한 금액과 창출해낸 일자리 규모를 알리는 광고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노 회장은 수십년 동안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을 크게 보여왔다. 회의 틈틈이 시간을 내어 어린 다섯 자녀의 수학 교육을 직접 도맡기도 했다고 한다. 성인으로 성장한 자녀들에게는 시드니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 디올 CEO와 마이클 버크 전 루이비통 CEO 등 경영진을 통해 경영 수업을 들게 했다.

아르노 회장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자신의 자녀가 반드시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톨레다노 전 CEO는 말했다. 그러나 아르노 회장의 측근들은 오래전 가까운 지인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채 사망해 이후 혼란을 겪는 것을 보면서 후계 대비를 잘 해둬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해왔을 것이라고 외신에 밝혔다.

가족 내부에서는 형제들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아르노 회장이 이를 극도로 싫어해 테니스나 피아노를 누가 가장 잘 친다는 식의 농담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아르노 회장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그의 자녀들은 경영 일선에서 후계자 '오디션' 경쟁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르노 회장은 누가 가장 적합한 후계자로 선정될지를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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