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뉴스1) 김도엽 황보준엽 기자 = '빌라왕' '건축왕'에 이어 경기도 동탄시도시에서도 수백여채의 전세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매물이 거래된 공인중개사 앞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뉴스1이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한 오피스텔에 있는 A공인중개사를 찾아가 보니 문이 굳게 닫힌 모습이었다. 이른 오전에는 문이 열려 있었으나, 취재진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문을 닫았다는 전언이다.
A공인중개사는 최근 대규모 전세 사기 의심 신고가 접수된 곳이다. 동탄신도시, 병점·수원 등 오피스텔 250여채를 보유한 부부가 파산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신고다.
국토교통부 부동산중개업조회를 통해 확인해보니 해당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16일을 기점으로 다른 공인중개사로 대표자명이 변경된 상태였다. 현재 대표자에게 수차례 전화해봤으나, 연락은 닿지 않은 상황이다.
임대인인 부부가 세입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에 따르면 임대인은 오는 6월 세금 미납 등을 이유로 세입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접수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도 덧붙였다.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해당 매물의 소유권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피해자들의 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삼성전자 직원 등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직원들을 상대로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피해자 B씨는 "집주인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아 답답하다"며 "사기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도 해 신고를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한다. 뚜렷한 방법이 나오지 않아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다"고 말했다.
◇43채 소유주 파산 및 면책 신청…총 피해액 더 늘어날 듯
이 부부는 오피스텔 등 주택 250여채를 소유해 C씨에게 위탁 운영을 맡겼고,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을 알고도 영리 목적으로 임대계약을 지속하다 일이 커지자 연락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피해자들 주장이다.
특히 피해자들은 소유권 이전 관련해서도 최근 집값 하락 등 요인으로 오피스텔의 거래가가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데다가 체납세까지 있어 가구당 2000만∼5000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화성동탄경찰서에서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 부부 외에도 오피스텔 등 43채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모씨 또한 A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한 것으로 보인다. 지씨는 지난 2월 수원회생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산 및 면책은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채권자 명단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43명과 함께 카드사, 캐피탈 등도 포함돼 있다. 부부, 지씨외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도 있어 최종 피해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구제뿐만 아니라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투트랙'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대책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저리 전세자금 대출, 긴급주거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이 급등했던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 시기 빌라 등을 수십, 수백채를 사들이는 이들이 많았다"며 "이전과 달리 지금처럼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집을 팔아도 다음 임차인을 구해도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맞춰주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앞으로 전세제도가 계속된다면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대책도 같이 운영돼야 한다"며 "피해자 구제와 함께 투트랙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