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해 여름 방송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다. 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매회 자체 최고SMS 물론 ENA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17.5%의 최고 시청률은 다른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를 압도하는 성적이었다. 신생 채널이라는 약점은 오히려 더욱 더 신드롬을 키우는 '반전요소'로 작용했다. 그렇게 ENA는 '우영우'를 통해 단숨에 채널 인지도를 급상승시키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우영우' 후광효과는 없었다. ENA는 그동안 여러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지난해 4월 리브랜딩 이후 꼭 1년을 맞는 이 시기, 히트한 후속작은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영우'의 후속작인 정일우 권유리 주연의 드라마 '굿잡'은 최고 시청률 3.1%을 기록했고 최시원 이다희 주연의 '얼어죽을 연애 따위'는 2.1%에 그쳤다. 이후 박성웅 채종협 서은수 주연의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1.4%, 올해 방송된 강소라 장승조 주연의 '남이 될 수 있을까'는 1.7%, 방민아 윤찬영 주연의 '딜리버리맨'은 1.2%에 그쳤다. 기대작들이 연이어 저조한 성적으로 퇴장하면서 ENA 채널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고전 중이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명동사랑방', '오은영 게임', '혜미리예채파' 등은 화제의 출연진과 유명 제작진의 이름값이 만든 기대감이 무색하게 0~1%대 시청률을 면치 못했다. 일부 에피소드가 OTT 플랫폼, 유튜브 채널에서 높은 조회수와 화제성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청자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대해 'ENA 콘텐츠'만의 차별점이나 정체성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OCN의 경우 후발주자 채널이었지만 강한 색채의 드라마 위주로 편성해 시청자들에게 'OCN 드라마'를 명확히 인식하게 만들었다. 반면 아직 ENA는 장르나 타깃 시청자도 상이한 콘텐츠들이어서 꾸준한 채널 선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유도 꼽힌다.
이 가운데 최근 나란히 첫방송을 시작한 김서형 주연작 '종이달'과 유인나 주연의 '보라!데보라'의 경우 시청자들이 ENA 드라마를 인식하기 어려운 또 다른 요소들이 드러난다. 두 드라마 모두 ENA를 통해 방송되지만, '보라!데보라'는 ENA 드라마로, '종이달'은 KT의 IPTV인 올레TV가 재론칭한 지니TV의 웹드라마로 분류되는 것. 그뿐만 아니라 '종이달'은 곧바로 티빙에서 공개된 반면 '보라!데보라'는 첫방송 이후 3일이 지난 지난 15일에야 티빙에 올라왔다. 똑같은 ENA 드라마로 인식하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는 일이다.
이처럼 이달 말 채널 재론칭 1주년을 맞는 ENA는 '우영우'라는 기적을 선보였지만,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우영우'가 좋은 콘텐츠로 채널 인지도의 장벽을 넘은 사례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도 ENA 채널에서 다른 히트작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은 ENA가 여러 장르 및 포맷의 콘텐츠들을 시도하면서 채널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었다고 본다"라며 "이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히트작들이 또 나올 수도 있을 것"라고 말했다.
다른 드라마 제작 관계자도 "현재 지상파도 드라마 편성을 대폭 축소한 상황인데, ENA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추후에는 채널 경쟁력을 더욱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