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중심 정치 서사의 신선함…워맨스 케미 목 말랐다면 '퀸메이커'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극본 문지영/연출 오진석)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겸비한 강력한 워맨스 케미스트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김희애와 문소리의 첫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두 사람의 워맨스 호흡이 어우러진 '퀸메이커'가 과연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이끌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퀸메이커'는 총 11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김희애 분)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4일 오후 5시 전편을 선보이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11부작 중 6부가 우선 공개됐다.

'퀸메이커'는 은성그룹의 오너 일가의 갑질, 사고 등을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 '해결사' 황도희(김희애 분)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퀸메이커'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한 은성그룹 내 사건·사고들을 묘사한다. 특히 '갑질'을 극의 중심으로 가져오고, 이로 인해 은성그룹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아지지 않자 화려한 언론플레이와 바이럴을 통해 해결하는 황도희의 모습을 조명하는 데에 초반부를 할애한다.

이 과정에서 황도희와 물과 기름 같이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오경숙(문소리 분)의 존재감도 조명된다. 오경숙은 서울시의원 출신의 노동인권변호사로, 정계에서는 불 같은 성격 탓에 '정의의 코뿔소'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은성그룹의 비정규직 부당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는 모습으로 첫 등장한다. 초반부 황도희와 오경숙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극의 재미를 높이는 요소다.

다만 실제 사건을 극 속에 녹여내면서, 초반부 전개의 연출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준다. 또한 정의를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오경숙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가벼움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출연진 중 몇몇은 1회와 2회에서 너무 힘이 바짝 들어간 톤의 연기를 선보이면서 어색함을 준다. 드라마의 특성상 초반 회차에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1회와 2회의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초반부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황도희와 오경숙이 손을 잡고 오경숙의 서울시장 선거 랠리가 펼쳐지면서부터 '퀸메이커'는 여성 서사가 가지는 장점들을 제대로 펼쳐내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중심 빌런도 여성으로 이뤄져 있다. 황도희가 처음에는 주인처럼 모셨지만, 오경숙의 선거 운동을 돕기 시작하면서 대척점에 서는 은성그룹의 절대 권력자 손영심(서이숙 분) 역시 여성인 것. 물론 오경숙의 선거 운동의 대척점에 선 후보인 백재민(류수영 분)이 남성이기는 하지만, 백재민 또한 손영심의 사위라는 점에서 '퀸메이커'의 중심 서사는 여성들의 권력 싸움으로 형성된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오경숙 역의 문소리, 그의 러닝메이트가 되는 황도희 역의 김희애가 선보이는 워맨스 케미스트리는 '퀸메이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초반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들어 보였던 두 인물은 선거 운동에 나서는 과정에서도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특히 황도희의 목적은 오경숙의 정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은성그룹에 복수하기 위함이기에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손을 잡은 적과 적의 관계가 극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켜보는 점은, '퀸메이커'를 훨씬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간의 정치 소재 드라마들이 남성 중심의 서사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여성 캐릭터들이 주요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퀸메이커'. 과연 이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이질적인 요소가 아닌 신선한 재미로 느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