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로맨스' 감독 "조나단=이선균 페르소나…본인이 제일 즐겼다" ②

입력 2023.04.13 11:57수정 2023.04.13 11:57
'킬링로맨스' 감독 "조나단=이선균 페르소나…본인이 제일 즐겼다" [N인터뷰]②
이원석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킬링로맨스' 감독 "조나단=이선균 페르소나…본인이 제일 즐겼다" [N인터뷰]②
이원석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감독이 신작 '킬링로맨스'로 돌아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킬링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이원석 감독이 '뷰티 인사이드'의 박정예 작가와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킬링로맨스'는 배우 이선균의 파격 변신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선균은 긴머리에 콧수염을 장착하고 아이라인까지 그린, 이전에는 본적 없던 비주얼과 나르시시즘 충만한 대사들로 등장부터 큰 웃음을 안겼다. 그런 이선균에 대해 이 감독은 "이 작품은 모 아니면 도겠다 했다"며 "그래서 배우들의 선택이 고마웠다"는 진심을 전했다. 또한 "외려 감독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할 정도로 진짜 열심히 했다"는 이선균의 열연 비화도 귀띔했다.

이원석 감독은 '남자사용설명서'로 마니아층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킬링로맨스' 또한 그만의 독보적인 코미디 색깔이 묻어난 작품이다. 그는 "'킬링로맨스'는 나름 상업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며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떠는 재미가 분명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얘길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작품"이라고도 털어놨다. "이 작품이 '전국노래자랑'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이원석 감독을 만나 '킬링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장에서의 이선균은.

▶본인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하면서도 너무 열심히 한다. 그래서 우리가 보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 진짜, 정말, 열심히 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런 것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다 한다. 그게 이선균씨 매력이다. 죽어도 못하겠다고 말로 하면서 정말 열심히 한다.

-이하늬가 노래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하늬씨가 '제발'이란 노래를 불렀는데 너무 미안했다. 그 신 하나에 감정 기복이 크다. 코미디를 하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하늬씨가 진심으로 부르고 싶다 해서 실제로 불렀는데 장소가 세트장이다 보니 삐걱 거린다. 열심히 했는데 발자국 소리도 나고 해서 그 감정으로 6~7회를 부르게 됐다. 음악 감독, 음향 감독님과 그 소리를 일일이 다 덮고 원 목소리를 살리려고 디테일을 만졌다. 근래까지 사운드 작업을 했던 부분이다. 영화관에서 보시면 배우들의 표정 디테일이 다 보이는 장면이 될 거다.

-'행복'과 '레이니즘'을 선택한 이유는.

▶'레이니즘'을 사용한 건 비가 '깡'으로 유행해서 쓴 거냐 하더라. '레이니즘'이란 노래는 자기가 대단하고 잘났는지 가사로 말하는 노래다. 뻔뻔하고 오그라들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여래도 '여래이즘'이 있듯, 저도 '원석이즘'이 있을 거고 그건 제 판타지다. 그래서 노래를 선택하게 된 거다. 저는 '깡'이 유행하기 전부터 1일1깡을 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했는데 몇년 지나서 유행이 되더라. 유행과 상관 없이 저는 '레이니즘'이 좋았다. 그 노래를 들으며 지하철 타면 지하철이 다 내 것 같다.(웃음)

▶'행복'은 보편적인 행복을 강요하는 노래 아닌가. 악당이 가스라이팅 하듯, 이 세상의 알고리즘이 우리한테 강요하듯 반복적으로 뭔가 '행복해라! 너는 행복하다!'라고 하는 그런 느낌으로 넣었다. 그런 콘셉트의 노래를 찾다가 '행복'을 떠올렸다. 저는 그 노래를 들으면 행복해진다. 그 노래들은 아직 도 리메이크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지 않나. 이 노래가 안 정해졌을 당시 이선균씨와 냉면을 먹으면서 H.O.T.의 '행복' 이 노래 어떨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찰나에 H.O.T. 멤버분들이 옆 테이블에서 냉면을 드시고 계셨다. 그렇잖아도 '행복'을 얘기하고 있었는데 계시더라. '이거 가자! 행복이다!' 했다.

-비가 '레이니즘' 재녹음을 해줬다 했는데.

▶너무 고맙다. '이런 영화 나와야해'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그래서 저한테는 이 프로젝트 자체가 신기했다. 영화하면서 누가 '갈 때까지 가보자' 하는 제작자들이 어딨나. 처음부터 한 배를 탄 느낌이었다. '이거밖에 안 갈 거야? 더 안 갈 거야?' 하는 느낌이었다.

-조나단은 이원석 감독의 모습이 투영된 건가.

▶아니다. 조나단은 이선균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일 즐겼다. 너무 열심히 했다. 밤새 연구해올 정도였다. 저희는 괜찮다고 했는데 본인이 꽁지 머리를 하고 왔다. 캐릭터가 되기 위해 한달 전부터 하고 다녔던 거다. 너무 즐겼던 것 같다.(웃음) 이선균 배우가 첫 신 찍으러 나왔을 때 첫 신 찍고 '좋았어!'라고 하고 손을 댔는데 심장이 뛰는 그게 너무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진짜 '레이니즘'이었다.(웃음)

-이선균 연기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는지.

▶현장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걱정했다.(웃음) 화를 낸 사람도 있었다. 분장팀은 '나의 아저씨' 박동훈 부장의 열혈 팬이었다. 제가 분장실 들어가면 '이렇게까지 가야 하냐'고 하더라. '내가 그런 게 아니다'라고 했다. 나르시시즘은 없지만 정말 웃기고 재밌는 사람이다. 건전하게 농구하는 동네 형 같다. 포스터가 나오고 나서 여러 곳에서 조나단으로 섭외가 왔나보다. 절대 안 한다고 하더라. 영화에서만 딱 한번만 하겠다 하더라. 본인도 먹고 살아야 한다더라.(웃음)

-극 중 등장하는 '명언 짤'도 인상적이었다.

▶장인어른이 아침마다 보내주신다.(웃음) 장인어른께서 보내주신 펌글 그대로다. 좋은 것 있으면 단톡방에 보내주신다. 늘 희망적이고 버라이어티한 글이더라. 어른들의 그 애틋한 마음이 있다. 신기한 게 한번도 똑같은 글이 반복되진 않더라. 정말 '장인'이시다.

-조나단 초상화도 인상적이었는데.

▶제 주변에 무지하게 돈 많은 형들이 있다. 그 형들 집 가면 자기 사진이 있다. 프랑스 왕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그런 분들이 꽤 많다. 자기 초상화, 사진 이 있는데 그 사진 밑에 앉아서 얘기하는 그 모습이 참 새롭다. 자기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얘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선균 배우한테 초상화를 갖고 가라 했는데 층고가 높아야 하는 그림이라더라. 너무 아깝다.

-이 영화가 이선균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나.

▶좋은 추억이 됐으면 한다. 필모그래피라고 하지만, 너무나도 재밌었던 하나의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죽는 날 그 생각하면서 '재밌었구나' 했으면 좋겠다. 저는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장은 늘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코미디 감독이 어렵다. 텐션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공포영화 촬영장 가봤는데 진짜 무섭다. 감독이 웃고 있을 수 없더라. 그래서 코미디 현장은 분위기와 텐션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영화에 그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 그게 배우들이 연기하게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연기를 할 수 있게 모두 하나가 돼서 용기를 줘서 배우분들한테 좋은 추억이 됐길 바란다. 결과도 당연히 좋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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