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가의 한 원룸에 사는 A씨는 지난 5일 오후 7시쯤 일과를 마치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문이 잠기면서 갇혀버렸다.
A씨가 거주하는 집 화장실은 넓이가 1㎡ 남짓에 불과한 좁은 공간이다. A씨는 문을 발로 차고 몸으로 밀치는 등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세면대 옆의 쇠 파이프를 떼어내 문 손잡이 옆을 3시간 넘게 긁어대며 구멍을 내려고도 해보고, 천장을 뚫어보기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는 살려달라고 괴성을 지르기도 했는데 반지하 집이었던 터라 창문이 없어 아무도 듣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휴대전화 AI를 향해 말을 걸기 시작했는데 응답이 없다가 3분 뒤부터 AI가 A씨 목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A씨는 "'하이 빅스비, 긴급전화'를 외쳤지만 인식을 못 하는 듯해 전남 목포에 거주 중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불러줬더니 차례로 연결해줬다"라고 했다.
한밤중에 아들 전화를 받고 잠을 깬 A씨 부모는 아들이 전화기로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채 "119∼ 119∼"만 계속 외쳐대자 큰일이 났음을 직감하고 경찰과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서는 A씨 여동생이 알려준 A씨 집 주소로 찾아가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A씨가 AI에 도움을 요청한 지 30여분 만이었다.
A씨는 "천장에 통로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팔을 위로 치켜드느라 탈출 이후에도 5일 동안 팔을 못 움직였다.
그는 "휴대전화 AI가 없었다면 경찰과 소방서도 연락이 안 되고 아마 지금까지 갇혀 있었을 것이다. 휴대전화 덕에 살아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어느 곳을 가든지 휴대전화를 꼭 챙기고 퇴로를 확보해야 함을 절감했다"라고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