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평소 이율 높은 적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편인데 조건부이긴 하지만 높은 이율에 끌려서 걸음걸이 수 만큼 이율이 높아지는 적금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직장에서도 많이 걷는 편이라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걸음걸이 수가 생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차라리 해지하고 다른 적금에 가입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금리우대조건이 너무 복잡해 오히려 꺼려집니다” (29세 직장인 A씨)
A은행이 출시한 한 적금 상품은 매월 1만원 이상 20만원 이하 금액을 12개월 동안 납입하면 최대 연 10%의 금리가 제공된다. 하지만 최대 금리만 보고 무턱대고 가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1년에 500만보, 즉 하루 평균 1만3700보 이상을 걸어야만 8%의 우대금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로또’와 같이 행운숫자 추첨에 당첨 되면 우대금리를 받는 상품도 존재한다. B은행이 내놓은 한 적금 상품의 경우 최대 연 13.7%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기본금리는 연 3.7%이다. 나머지 10%는 매주 초 배정 받은 임의의 6개의 숫자가 그 주 행운숫자 추첨 결과와 모두 일치할 경우 받을 수 있다.
4일 금융위원회는 이처럼 특판 예·적금 상품 가입시 상품설명서에 기재된 우대금리 지급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조건 충족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숙고한 후 계약 여부를 결정하도록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경기여건 악화로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다양한 유형의 우대금리 조건이 부과되면서 높은 우대금리에만 이끌려 계약할 경우 향후 분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일부 특판 상품은 친구 초대, 매일 만보 걷기 등 새로운 유형의 우대금리 조건을 부과하고 있는데, 기존의 급여이체 등 통상적인 조건에 비해 달성가능성을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어 “최고금리가 높더라도 기본금리가 현저히 낮은 경우,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시중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우대금리 조건 충족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최종 예상금리를 시중금리와 비교하여 가입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우대금리 적용과 관련하여 금융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대해 필요시 현장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현장점검 시 특판 예·적금상품 광고시 기본금리보다 큰 글씨로 최대금리만 강조하는 등 금리구조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하진 않는지, 정해진 확률에 따라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경우 그 확률을 명확히 안내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점검결과에 따라 상품 설계, 광고, 판매관리 등에 대한 개선사항을 업계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대금리 적용과 관련하여 소비자 권익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관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소비자가 우대금리 조건 등을 오인하지 않도록 협회 및 금융회사와 협력하여 금융상품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