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 빛바랜 책이 3300만원에 팔렸다고? 무슨 책이길래

입력 2023.04.05 06:53수정 2023.04.05 17:15

너덜너덜 빛바랜 책이 3300만원에 팔렸다고? 무슨 책이길래
[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책등이 떨어져 나가고 일부 페이지에는 낙서가 있는 등 상태가 좋지 못한 해리포터 초판본이 영국 경매에서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최근 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에 J.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 양장본이 올라와 2만160파운드(약 3300만원)에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에 사는 두 자녀의 어머니 홀리 호가트(34)는 26년 전 사촌에게 이 책을 선물받았다. 이 책의 일부 페이지에는 낙서가 있으며, 보호하는 비닐 커버가 벗겨져 책등이 떨어져 나갔다. 또 책장은 누렇게 변색됐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지만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호가트는 "(책의 상태가 나빠) 누가 이런 책을 살까 싶었는데 이 책이 경매에서 200만 파운드가 넘는 가격에 팔렸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호가트는 학창 시절 기숙사 학교에 다니면서 이 책을 같은 기숙사를 쓰는 친구들에게 빌려줘 책이 여러 사람의 손을 타는 바람에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책이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던 이유는 500부밖에 인쇄되지 않은 양장본 초판이기 때문이며 그중 약 300권은 지역 도서관에 배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런던 경매사 소더비는 "초판본의 진위는 '10 9 8 7 6 5 4 3 2 1'이라는 일련번호와 책 53페이지에 '1 지팡이'(1 wand)라는 오탈자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태가 좋은 해리포터 초판본의 경우 5만 파운드(약 8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호가트는 여러 경매 업체에 의뢰해 이 책이 초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라이언&턴불사는 작년 9월 이 책을 경매 카탈로그에 실었고, 올해 2월 열린 경매에서 한 미국인이 이 책을 낙찰받았다.

한편 호가트는 "경매 수수료를 내고 약 1만5000 파운드(약 2500만원)가 남아 이 돈으로 20여 년 전 책을 선물한 사촌에게 소정의 선물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어 "2살과 4살 자녀와 함께 디즈니 유람선을 타고 유럽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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