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이동휘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최민식 분)의 오른팔인 양정팔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차무식과 함께 일하면서 의리보다는 돈을 택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 욕을 어마어마하게 먹었다며 웃은 이동휘는 인터뷰 내내 정팔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카지노' 종영 이후 이동휘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카지노'에 대해 "이때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힘들었다"며 "당분간은 의리를 끝까지 지키다가 죽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카지노'는 지난해 12월 시작, 지난달 22일 시즌2로 막을 내렸다. 시즌1은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가, 시즌2에서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 분)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진행됐다.
이동휘는 자신이 맡은 양정팔 역에 대해 "작품의 이야기상 차무식 옆에 있으면 충분히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었을 텐데, 점차 차무식이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고, 중요한 일에서 자신이 배제된다고 느끼는 포인트를 느낀 인물"이라며 "아무래도 계속 차무식과 있으면서도 주어진 일만 하면서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게 될지 고민을 하고, 그러다 보니 본인도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지는 지점에서 자세도 삐딱해지고, 불만이 커졌을 것이고 서운했을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동휘는 양정팔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연기하면서 가장 힘든 건 본인이 빚을 만들어놓고, 다른 사람에게 내 빚 갚아줬냐고 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찾기 힘들지 않나"라며 "나 같은 경우에도 채무 관계가 있다면 당연히 갚아야 하는 게 인간 이동휘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양정팔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에 그런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기사를 많이 찾아보니까, 피도 눈물도 없고, 감정이 없는 정도가 되어야 사람들한테 돈을 빌리고도 갚을 생각을 안 하고 또 빌리는 행동을 보이겠더라"며 "그런 사람을 연기해야 해서 애를 먹었다, 도무지 상식 선의 행동을 안 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양정팔을 가만히 보니까 진정성이 없는 것 같더라, 우는 소리를 내면서도 눈물이 안 나고 있거나 그렇더라"며 "그래서 차무식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줘도 그때만 그렇고, 결국 안하무인으로 가지 않나, 그래서 차무식에게도 '그 정도 돈은 해줄 수 있지 않냐'고 따지고, 정상적이지 않은 마음이다 보니 연기하는데 힘들었다, 이때까지 한 캐릭터 중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카지노' 시리즈의 마지막은 양정팔이 장식한다.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이동휘는 "저도 (시청자 의견에) 굉장히 공감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구제불능인 캐릭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감독님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초 작품을 설계할 때, 최민식 선배님이 '화무십일홍'의 결말로 맺는 건 정해진 상황이라 그 이후에 누가 마지막을 장식할지 회의를 했는데 결국 차무식이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것으로 정리되다 보니 정팔이로 좁혀지게 되더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정팔이는 죽어야 하지 않았나 싶지만, 거기에 제 표현력의 부족도 있었던 것 같고,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동룡'으로 인기를 얻은 이동휘는 '카지노'를 통해 '정팔이'라는 캐릭터도 남기게 됐다. 특히 주로 호감 이미지를 연기해 온 그에게는 정팔은 연기 변신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간 호감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 왔고, 코믹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행복해하고 있었다"며 "그래도 배우 일을 하다 보면 틀을 깨고, 판을 바꿔서 나아가야 하는 도전들이 존재한다, 만약 안주하고 평생 이것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건 배우 인생이 끝난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뭔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찰나에, 이번에 공교롭게도 욕을 먹는 캐릭터를 하게 됐다"며 "할 수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하자고 했는데, 이거는…"이라며 웃었다. 이어 "정팔이는 정말 저도 이해가 안 갔는데, 생각해 보니 다른 동료분들은 어떻게 그런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연기한 건지 대단할 정도더라"며 "저도 아직까지도 캐릭터가 이해가 가야, 나한테서 행동을 끌어내서 연기를 하려는 편이었어서 이 인물을 참 연하기가 어려웠고, 결과가 나왔을 때 '돌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다' 생각할 정도로 겁을 잔뜩 먹고 찍었는데, 사실 지금 굉장히 조심스럽고 (무서움을) 체감도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런 마인드는 되어있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성공이 될지는 가늠이 안 된다"라며 "아직 큰 숙제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저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맡은 바 자기 몸을 던지는 배우로 기억에만 남아도 행복할 것 같지만 사실 당장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부끄럽지 않게 보이기 위한 그 시간을 줄이려는 게 목표다, 특히 이번에 대배우님(최민식)과 맞추다 보니 여실히 드러나더라, 좋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되겠다고 다시 느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