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뉴스1) 최대호 기자 =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잔혹하게 계획 살해한 40대 가장에게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또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해 3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및 보호관찰 명령을 요청했다.
검찰은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부(남천규 부장판사) 심리로 31일 열린 고모씨(45)의 살인 혐의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사형이 선고돼야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가족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고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끔찍하게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범행 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다중인격장애, 기억상실을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과연 자신의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지, 죄의식을 느끼는 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둔기를 사전에 구입한 뒤 가족 살해 후 자살로 위장하려 했고,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며 태연히 유족 행세도 했다"며 "흉기 범행 시에는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잔혹했으며, 그 과정에서 '아디오스 잘가'라고 말하는 등 마치 살인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고씨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성을 열거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공소사실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본 변호인과 접견 시 피고인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죄책감에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다중인격장애 등을 이야기 한 것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결코 심신미약을 통한 감형 목적이 아니다. 피고인 스스로도 잘못에 대해 응당한 처벌 받기를 마음하고 있다. 현명한 판단 내려달라"고 변호했다.
고씨에게도 최후진술 기회가 주어졌다. 고씨는 "다들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무덤덤하게 인사한 뒤 "이 모든 것은 제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제 잘못이지만 죄를 변호할 생각이 없다. 저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했다. 재판 결과가 무엇이 나오든 모두 받아들이겠다. 항소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잠시나마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 죽을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제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셨으면 좋겠다. 이상이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이 반성하는 것 같지만, 지나치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 유족분들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도록 상속포기를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고 피해자 측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피고인의 이중적인 태도를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씨는 지난해 10월25일 오후 8시10분께 경기 광명시 소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인 A씨(42)와 아들 B군(15), C군(10)을 둔기로 수십여차례 내려치고 흉기로 목부위 등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기억상실증, 이중인격장애를 주장했지만 국립법무병원 정신감정 결과 그런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범행 당시에 정상적인 사고를 했다고 사료되며 인지능력과 지능이 우수하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가 재판부에 회신됐다.
고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4월2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