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방송가 사람들에게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방송인'을 물으면 그녀의 이름이 나온다. 유튜브와 TV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풍자(35·윤보미)의 전성시대다.
2016년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조금씩 자신을 알려온 풍자는 진솔함을 무기로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바탕에는 꾸밈없는 소통이 있었다. 트랜스젠더의 삶, 아픔이 적지 않았던 가정사, 악착같이 버티며 지금의 풍자가 되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 없이 털어놓은 것. 그는 그렇게 수많은 구독자들에게 편안하고 웃긴 친구이자, 고민을 나누고 싶은 언니로 응원을 받았다.
'터키즈' '바퀴 달린 입' '또간집' 등 그가 출연만 하면 백만 조회수는 기본. '믿고 보는' 유튜버에서 이제는 TV까지 진출해 말 그대로 '틀면 나오는' 방송인이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 '검은양 게임' '나대지마 심장아' '한도초과'에 이어 최근 '세치혀'에서 초대 챔피언이 되는 등 그는 점점 더 다채로운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핫'한 풍자를 만났다. 유튜브로 인기를 얻고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었나 했더니, 이미 그는 '틀면 나오는' 사람이 되겠다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달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의 '핫'한 거품이 빠졌으면 한다는 의외의 소망을 밝히기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걔 웃기잖아' 정도의 가볍고 편안한 웃음을 주고 싶다면서 풍자다운 바람을 전했다.
-요즘 제일 바쁜 방송인으로 꼽힌다.
▶감사하다. 방송도 많이 하고 있고 일도 잘 되고 있다. 2022년에 내가 생각한 계획, 꿈은 다 이루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다. 지금까지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알아봐주셨는데 앞으로는 어르신분들도 많이 알아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어째서 어른들이 알아봐주길 바라나. 풍자의 기존 성격과 방송 스타일을 잘 아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편할 텐데.
▶나는 '어른들이 아셔야 진짜다'라는 생각이 있다. 어르신들도 풍자라는 사람을 알 수 있도록 나를 널리 알리자 싶다. 그리고 2023년 올해에는 내가 지금까지 안해본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복면가왕'도 나가고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나가서 연기도 살짝 해봤다. 지금까지 '웃긴 애' '화통한 유튜버' 였다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인기를 얻은 후 갑자기 바빠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계획적으로 활동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MBTI도 'J'형(계획형)이다. 2022년이 될 때 팬들이 새해 목표를 묻길래 '틀면 나오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그 뒤로 정말 유튜브를 틀면 나오는 사람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다.
-방송인의 삶이 체질에 잘 맞나. 유명인이 되면 평소에도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아지지 않나.
▶적응은 하고 있는데 힘들지는 않다. 방송에서 되게 웃겼구나 생각을 하다가도 피드백을 받을 때는 더 섬세해져야 하는구나 생각도 한다. 풍자여서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없고 살면서 보통 조심해야 할 것 같은 것을 조심하려고 한다. 또 누구에게든 무레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편이다.
-방송인 풍자의 삶을 돌아보면 어떤가.
▶본격적으로 2016년에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풍자라는 이름이었다. 지금 이제야 더 큰 채널을 통해 알려지니까 '이제 막 시작한 방송인이고 운 좋게 빵 터졌구나' 라는 반응도 있는데, 7년 정도 방송을 한 거다. 처음에는 (방송) 수입이 30만원 밖에 안 됐다. 오히려 돈을 쓰면서 방송을 했다. 그런데 그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뭐랄까, 나는 내가 되게 잘될 것 같았고 이게 내 추억이 될 것 같더라. 힘들었지만 추억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던 시기였다.
-그 뒤로 유튜브를 넘어서 더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해야겠다고 생각했나.
▶2019년께 인터넷 방송계에서 '풍자 진짜 재미있다' 반응이 늘어나면서 구독자가 '떡상'(폭등)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났다. 내게 찾아온 기회이니까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인터넷 방송계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그 뒤로 2020년, 21년 지나며 진짜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2021년에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많이 왔는데 그때는 거절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아직'이라고 생각했고 조심스러웠다. 내가 지금 인터넷 방송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닌데 TV에 출연하다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조금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활동을 넓히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1년만 더 인터넷 방송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 '터키즈' 등 유튜브 콘텐츠가 다리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이제 유튜브에서는 자리를 잡은 것 같으니 풍자가 더 대단하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싶었다.(웃음)
-구독자가 선택해서 보는 유튜브와 TV는 다른 플랫폼이다. 부담되지는 않았나.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싶었다. 조심스러운 점도 있었다. 화끈하고 털털하고 재미있으면서도 무례하면 안 되는 거다. 그 '선'을 익히는 게 힘들었고 지금도 쉽지 않다. 보는 분들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선을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루하루 방송을 하면서 긴장의 연속일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수험생 공부하듯이 즐긴다. 방송을 하면서 '이런 점은 좀 무례한 것 같다' '이런 것은 괜찮다' 공부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한다고 뭐가 나아져? 생각할 수도 있지만 1년 전 풍자와 지금의 풍자가 다르다.
-'트랜스젠더'를 대표하는 방송인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다. 더불어 부정적인 반응도 있을 텐데 어떤 생각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나.
▶(부담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때문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 저의 행동, 말에 대한 반응이 성소수자의 대표처럼 비치기도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조심스럽다. 성소수자이기 전에 저라는 사람을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저와 같은 친구들이 현실에 많지 않나. 기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성소수자에 대해) 호, 불호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불호 반응 때문에 후퇴한다면 (악플러들이) 더 그럴 것 같더라.
-악플도 오히려 신경을 안 쓴다고.
▶동기부여가 된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