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걸친 '뽕' 향한 여정…250이 완성한 'K-뽕짝' ③

입력 2023.03.22 06:02수정 2023.03.22 06:02
7년 걸친 '뽕' 향한 여정…250이 완성한 'K-뽕짝' [N인터뷰]③
프로듀서 250/ 사진제공=BANA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프로듀서 250(이오공·본명 이호형)의 첫 정규 '뽕'이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발매한 '뽕'은 250이 '뽕짝' 음악을 기반으로 만든 일렉트로니카 앨범. 지난 1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노래(뱅버스)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음악성까지 인정 받았다.

일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12월에는 도쿄 신주쿠의 레코드숍 로스 앱슨(LOS APSON?)이 꼽은 연간 베스트 음반 목록에서 250의 '뽕'이 수많은 일본과 해외음반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일본의 온라인 음악잡지 '라티나'(Latina)에서는 '뽕'을 2022년 베스트 앨범 1위로 꼽았다. 일본의 평론가 요시모토 히데스미는 "단지 뽕짝의 현대판이 아닌 더 광범위한 한국 대중음악을 시야에 넣은 앨범"이라 호평했다.

250의 '뽕'은 7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다양한 '뽕짝' 음악들의 레퍼런스들을 참고하고, 250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들인 7년간의 시간. 최근 뉴스1을 만난 250은 '뽕'을 만들면서 들였던 공과 '뽕' 속에 담으려 했던 자신의 음악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앨범 '뽕' 외에도 뉴진스의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디토'(Ditto) 등을 작곡하면서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250. '뽕' 속에 담긴 250만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②에 이어>


-7년 동안의 앨범 준비라면 요즘 음반의 평균 제작 기간보다 훨씬 긴 작업인데.

▶앨범을 만드는 기간 동안은 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안 했다. 타이틀은 '뽕'으로 정했는데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회사 입장에서도 사람이 1년 동안 연락이 없어도 분명히 자기 혼자 씨름을 하고 있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저 또한 회사가 앨범을 그냥 놓고 있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면 언제든지 프로모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왜 서로 거리를 두고 있는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최근 '힙하다'라는 말을 주류 사회에서 벗어나도 각각의 철학이 담겨 있는 패션, 음악 등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뽕' 역시 그런 부류의 앨범이라는 의미가 큰 것 같다. 이런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그 어느 작업보다 정말 그냥 개인적으로 만들었고 멋대로 만들었다. 요즘에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 존중해주는 면도 있는 것 같고, 제 멋대로 하는 거 남한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제 멋대로 만들었지만 가치가 있으면 제대로 느껴지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뽕'에 대한 평을 듣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있었다면 무엇인가.

▶어떤 일본 평론가분께서 인터뷰를 하시면서 '이 앨밤은 굉장히 웃긴 사람이 만든 앨범인 것 같다, 어떤 유머로 가득 찬 앨범이다'라는 얘기를 하시더라. 그 얘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냥 슬프기만 해서는 서로 전염시키듯이 힘만 빠지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돈 받고 파는 상품이지 않나. 그렇다면 그 슬픔을 내가 어느 정도 대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슬픈 기분을 안고 춤을 추게끔 하는 건 약간 웃긴 일이다. 그래서 그 약간의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기분이 들 때 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건 약간의 유머러스함이라고 생각을 했다.

-스스로도 본인이 유머러스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냥 실 없는 소리하는 거 좋아한다. 농담 따먹기 하는 거 좋아한다. 또 슬픈 영화인 걸 아는 순간 잘 보지는 않는다. 그냥 그 자체가 어떤 면으로는 좀 웃기다고 생각이 드는데, 슬픈 영화를 '슬퍼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트는 거 아닌가. 한 번 시원하게 울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저 스스로가 슬프거나 우울한 걸 잘 못 보기도 한다. 그냥 가볍게 농담 따먹기 하는 듯한 영화를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제가 우울한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7년이 걸린 앨범이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다보니,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감도 크지는 않나.

▶이제는 저도 저의 리스너라는 게 있다. 그들이 내 음악의 어떤 부분을 좋아했으면 좋곘는가를 생각했을 때는 '이 사람은 그냥 정말 제 멋대로 음악을 만들었구나'라는 거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 앨범을 내가 의식하는 성공 공식을 따라가면 최악일 것 같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고, 아무도 안 들어도 상관없다라는 식으로 만들고자 한다.

-K팝 장르의 범주가 요즘 다소 모호해진 부분이 있는데, '뽕' 역시 K팝이냐고 하면 애매하다. K팝 음악도 작곡했던 만큼, K팝의 범주가 어디까지인가도 생각해보지 않았나.

▶저는 K라는 건 남들이 가져다 붙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굳이 K라벨을 붙이는 건 남들에게 팔 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엄연히 K팝이라고 하는 단어가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으니깐, 이제는 K라는 라벨이 고급 라벨이 된 거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250의 음악을 어떤 음악으로서 생각했으면 하나.

▶제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수몰된 현장에서 피아노를 가지고 음악을 만드시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정말 울컥하더라. 저 사람은 아직도 저런 작업을 재밌어 하는구나를 느꼈다.
단순히 피아노만 치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른 텍스트를 가져와서 영감을 받고 소리를 분석하는 걸 너무 재밌어 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그러니깐 음악으로부터 뭔가 아이디어를 얻고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재밌어하고 있었다. 저 역시 '뽕' 앨범 이후에 음악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음악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 사람은 여전히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맞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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