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프로듀서 250(본명 이호형)의 첫 정규 '뽕'이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발매한 '뽕'은 250이 '뽕짝' 음악을 기반으로 만든 일렉트로니카 앨범. 지난 1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노래(뱅버스)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음악성까지 인정 받았다.
일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12월에는 도쿄 신주쿠의 레코드숍 로스 앱슨(LOS APSON?)이 꼽은 연간 베스트 음반 목록에서 250의 '뽕'이 수많은 일본과 해외음반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일본의 온라인 음악잡지 '라티나'(Latina)에서는 '뽕'을 2022년 베스트 앨범 1위로 꼽았다. 일본의 평론가 요시모토 히데스미는 "단지 뽕짝의 현대판이 아닌 더 광범위한 한국 대중음악을 시야에 넣은 앨범"이라 호평했다.
250의 '뽕'은 7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다양한 '뽕짝' 음악들의 레퍼런스들을 참고하고, 250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들인 7년간의 시간. 최근 뉴스1을 만난 250은 '뽕'을 만들면서 들였던 공과 '뽕' 속에 담으려 했던 자신의 음악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앨범 '뽕' 외에도 뉴진스의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디토'(Ditto) 등을 작곡하면서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250. '뽕' 속에 담긴 250만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한국 사회에서 '뽕짝'이라고 하면, 촌스럽고, 마이너 음악이라는 인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뽕짝이라는 건 저는 집에 있는 집반찬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맛있게 먹는데 손님이 왔을 때 드시라고 대접하기에는 좀 그런 것들. 어떤 면으로 보면 일종의 자기비하 정서 같은 것이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매번 만들면서도 뽕짝이라고 하는 걸 뭔가 쉽게 자기 취향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그런 무의식적인 자기비하 정서. 매번 뽕짝을 만들면서도 뽕짝을 자기 취향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건 의식적으로 멋있어지려고 하는 마음인 거다. 한국에서는 촌스럽다는 말이 정말 큰일 나는 말이지 않나. 뭔가 뒤처져 있다는 얘기니깐. 한국에서는 약간 많은 부분이 속도전 같은 개념이 있다. 특히 음악을 듣는 데에 있어서는 뽕짝을 듣고 있으면 '야, 언제쩍 뽕짝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다. 심지어 대중적으로 굉장한 흥행을 한 적도 없는 음악이다. '미스터트롯'이 있지만 '미스터뽕짝'은 없지 않나. 사람들도 뽕짝 자체를 노골적이고 통속적인 음악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딘가 '그래, 나 촌스러워 어쩔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서의 쾌감이 있지 않나. 그런 쾌감이 결국 뽕짝이라는 음악 자체에 담겨있는 거다.
-그런 뽕짝이라는 음악을 하면서도 결국 그것으로서 살리고자 했던 본인의 음악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앨범 만들면서 가장 난감했던 건 뻔한 뽕짝인 것과 전혀 뽕짝이 아닌 음악이 되는 사이에서 가장 힘들었다. 너무 뽕짝으로 가다 보면 이박사님이나 나운도 선생님처럼 뽕짝 뮤지션들을 다 모아서 작업을 하는 식으로 했으면 빠르긴 빨랐겠지만 그건 또 저의 앨범은 될 수 없었다. 내 앨범을 만들면서 뽕짝 음악을 생각해봤는데 이박사님 앨범을 좋아했던 적은 있었겠지만 어떻게 보면 진지하게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근데 다시 보면 또 정말 좋아서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뽕짝이라는 게 좀 웃기게 들리는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깐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야'라고는 말은 안 했던 거다. 하지만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긴 했다.
뽕짝에 담겨있는 에너지가 너무 대단했다. 250의 함량과 순수 뽕짝 음악의 함량, 그 사이에서 계속 고민을 하다가 250이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뽕짝 음악을 사실 비하하면서 만들고 있었던 거다. 비하를 하면서 거기서 방어적으로 아이템만 들고 오려고 했던 거다. 그런 시간 속에서 앨범이 너무 안 나왔고, 3년 정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뽕짝 음악을 들은지 3년~4년 정도 됐을 때는 250이라는 사람이 어떻게든 음악을 던져도 다 골인이 될 거 같다는 느낌이 어느 순간 들었다. 그래서 그 순간에 거기서부터는 드디어 다이어트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흉내내는 게 아닌 진짜 내가 생각하는 뽕짝을 만들 수 있었으니깐. 이제 내 몸 어딘가에 있는 뽕짝을 가지고 다시 앨범을 만들려고 했고, 그 다음부터는 1년 안으로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2~3년 동안 고민하던 노래들도 그 순간 다 해결이 됐다.
-그렇다면 그 시발점이 된 트랙은 무엇이었나.
▶이전에 만든 음악들은 다들 멋있는 척하려고 하는 노래들이었다. 근데 '이창'을 만들면서는 솔직하게 이게 진짜 촌스러운 노래이지만 난 이게 맞는 것 같아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이게 진짜 250이 만들려고 하는 뽕짝이다'라고 생각하는 첫 번째 노래가 '이창'이었다.
-수록곡 '뱅버스'는 가장 주류 뽕짝 음악과 가까운 음악이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신경을 써서 만든 이유도 있나.
▶'뱅버스'는 가장 만들기 싫은 노래였다. 너무 뻔하다고 생각을 했기 떄문에 '이렇게까지 뻔한 노래를 안 하려고 하는 거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걸 극복하는 게 진짜 뽕짝을 만드는 과정이었던 거다. '모두가 생각하는 건 하기 싫어'라고 계속 우기고 있었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뽕짝은 정말 알기 쉬워야 하고 용도가 확실한 음악이어서 직관적으로 바로 확 들려야 하는 음악인데, 내가 내 방식으로 꼬아서 들려주겠다라고 하는 건 아직도 뭔가 준비가 안 됐던 거다. 진짜로 촌스러울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거다. 그래서 한 번 뚫고 나가보자라고 하면서 만들었던 곡이 '뱅버스'였다.
-'뽕' 앨범을 준비하면서 '뽕을 찾아서'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찍어서 올리기도 했는데, 이건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
▶회사에서 당신의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찍어보자라고 해서 '그냥 알겠다'라고 했는데 저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영상이 될 거라고 거의 확신을 했었다. 밖에서 무엇인가를 들고 와서 음악을 만들어 본 적도 별로 없고, 하루 종일 그냥 집에서 자다가 컴퓨터 하다가, 작업하고, 또 안 되면 술 마시다가 그렇게 음악을 만드는 삶이었다.
<【N인터뷰】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