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각종 '짤'들이 돌아다닌다. 최근 가장 핫한 '밈'부터 재밌는 예능 편집본 등이 매일 무더기로 쏟아진다. 요즘 커뮤니티에서 주목받는 예능은 바로 KBS 2TV '홍김동전'이다. '케미' 넘치는 멤버들의 티키타카와 넘치는 예능감, 입담 등이 '짤'을 무한생성하면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지난해 7월 론칭한 '홍김동전'은 홍씨(홍진경), 김씨(김숙)의 동전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피땀눈물의 구개념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여행, 관찰, 연애가 대세인 요즘 예능판에서 트렌드와 맞지 않는 '버라이어티'의 등장은 오히려 신선함을 안겼다. '복불복'이라는 큰 줄기 아래 매주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이는 '홍김동전'은 다양한 아이템과 촘촘한 구성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홍김동전'에서는 분장쇼하는 김숙, 몸개그하는 홍진경, 입담 터진 조세호, 브레인과 미친 자를 오가는 주우재, 돌아이 같은 장우영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다섯 멤버들은 제작진이 준비한 판에서 매 회 몸 바쳐 시청자들을 웃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순도 높은 웃음이 '홍김동전'의 매력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쌓아온 멤버들의 케미, 여기에서 파생된 관계성 역시 재미 요소다.
연출을 맡은 박인석 PD는 '1박2일',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거쳐온 버라이어티 전문 PD다. '홍김동전' 역시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재밌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OTT 순위도 오르는 등 조금씩 입소문을 타는 것 같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바라는 건 그저 시청자들이 팍팍한 일상 속에서 '홍김동전'을 보고 조금이나마 활력을 얻는 것이다. 박 PD는 이를 위해 매주 치열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홍김동전' 시청과 멤버들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최근 박인석 PD를 만나 '홍김동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트렌디한 예능이 즐비한 요즘, 구개념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홍김동전'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여행이나 관찰 콘셉트를 하면, 예능에서 보기 힘든 분들을 섭외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고 시청률에도 도움은 됐겠지만, 그런 걸 하고 싶진 않았다. 3년 전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어떻게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올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내용보다 어떻게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올지 우선으로 두고 기획하니) 행복하지가 않더라. 그러던 중 유튜브 쪽에서 잠시 일을 하게 됐다. 당시 '수취인불명'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스무 살의 나에게', '과거의 엄마에게' 등 물리적으로는 편지를 보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편지를 보내는 거다. 연예인도 많이 나왔는데, 가장 반응이 온 건 마지막 회에 두 딸의 아버지가 먼저 떠난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영상이었다. 그게 270만 뷰를 넘는 걸 보면서 톱스타에 맞춰진 기획보다 내용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후 '구라철'을 하게 됐다.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웃긴 걸 하자 싶어서 힘을 빼고 하다 보니 우리도 일하면서 즐겁고 시청자들도 좋아해 주시더라. 그러면서 시야가 트였다. 일을 하는 게 재밌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보람도 있더라. 그러면서 생각도 열렸다. PD들도 잘하는 게 다 다르지 않나, 시청자들에게 각자 잘하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한다. 나도 조연출 때부터 '1박2일',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버라이어티를 해와서 '잘할 수 있는 거, 하던 거 하자'라고 기획을 한 게 '홍김동전'이다. 예전에는 매주 아이템이 바뀌는 버라이어티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에는 드물지 않나. 편한 길은 아니라 매주 기획을 하면서 가끔 후회도 한다. 그래도 주변에 믿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열심히 만들면서 버티고 있다.
-동전 뒤집기는 사실상 '복불복' 개념인데, '1박2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형식이라 기시감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차별화하려고 했나.
▶사실 기시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복불복이랑 비교를 하자면… 이런 표현이 적당한 가 싶지만 약간 '짜친다'고 해야 할까.(웃음) 이전 복불복에선 까나리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이라면, 우리는 단순히 좋고 나쁨을 나누기보다 '짜치는 동전 뒤집기에서 시작되는 나비효과'가 재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잘 나가는 연예인이 동전을 던지면서 쩔쩔 매고 하는 그림을 상상했을 때 재밌더라. 앞서 말한 기시감을 완전히 극복할 방법을 찾진 못했다. 그건 재미있는 결과물로 상쇄해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복불복'을 차용하는 다른 예능과 구분이 되는 건 다양한 아이템, 멤버들의 관계성이 빛나는 덕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무한도전'의 새로운 버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레전드 프로그램이라 조심스러운데… 난 사실 예능 PD지만 예전엔 예능을 많이 보진 않았다. '무한도전'도 그랬다. 그런데 '홍김동전'을 준비하다 보니 과거에 잘 만들어진 예능들을 찾아보게 되더라.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도 들여다보니 너무 재밌고, '1박2일'도 다시 보니 대단하다 싶었다. 그때 예능들을 보면 '시청자들에게 만족을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만든 텐션 같은 게 느껴진다. 요즘은 연예인들이 고생하는 프로그램이 없는데, 그런 '버라이어티 정신'을 담은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더라. 우리가 닮아갈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런 텐션과 멤버들의 '케미'가 아닐까. 아이템 발굴과 준비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 편에서는 앞면이 건강검진, 뒷면이 인체연구였는데 그러면 둘 다 섭외와 세팅을 다 해놓는다.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사실상 2회분을 매주 준비하는 거다. 그래서 회의를 굉장히 많이 한다. 나를 포함해 PD, 작가 10여 명이 최소 주 3일은 모여서 회의를 한다. 그런데 아이템들이 날씨도 계절도 맞아야 하니까… 지금 갖고 있는 건 10여 개 정도 되는 듯하다.
-만들고 방송을 내보낸 뒤 '찢었다' 싶게 흡족했던 아이템이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수저게임'이다. 콘셉트 구상부터 준비까지 일주일 만에 해낸 거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시청률은 안 나왔지만, 그래도 그 편으로 시청자 유입이 있어서 좋은 기획이지 않았나 한다. 또 '계급전쟁' 편도 만족도가 높았다. 멤버들도 그 안에서 즐겁게 놀더라. 마지막에 우영이가 동전을 발견했을 때는 나조차 소름이 돋았다. 잘 맞아떨어진 편이다. 이후에도 수저게임 같은,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편집이나 자막에서도 트렌드를 읽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항상 후반 작업에는 공을 들이는 편이다. 요즘은 자막 하나 잘 쓰면 그게 짤로 돌아서 바이럴이 되는 시대이지 않나. 그만큼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는 건 있다. 후반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음악팀, 기술팀 등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분들이 양해해 주시는 덕에 빚을 지면서 만들고 있다.
-'KBS스러운' 착한 내용과 순도 높은 재미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고민도 깊을 것 같다.
▶수저게임 편이 방영된 이후 시청률이 저조해 프로그램이 존폐의 기로에 섰었다. 그런데 SNS 상에서 반응을 모니터 하면 그 회차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럼에도 살려면 어쨌든 숫자는 나와야 하니까, 12월 한 달은 박진영씨를 초대해 미니 콘서트도 하고 홍진경 집 방문도 하는 등 의미와 재미를 담은 특집들을 해보려고 발버둥 쳤다. 기본적으로는 웃기려고 만드는 목적이 크니까 재미를 담는 것에 주력하되, 시청률도 잘 나와야 하니 그 중간 지점을 조금씩 찾으려고 한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는 베스트 팀워크 상을 받았다. 올해 이를 뛰어넘는 목표를 정했나.
▶멤버들 모두가 개인상을 받았으면 싶고, 최고의 프로그램상 후보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난해에 후보에도 없으니까 우재가 많이 서운해하더라. 이번에는 후보에 꼭 올랐으면 좋겠다. 궁극적인 목표는 '생존'이다. 6~7%까지는 어렵더라도, 3% 이상은 나올 수 있고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