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먹을 오므라이스 미리 먹은 기자 왈 "입안 가득..."

입력 2023.03.15 17:08수정 2023.03.15 17:27
尹대통령이 먹을 오므라이스 미리 먹은 기자 왈 "입안 가득..."
일본 도쿄 긴자에 위치한 렌가테이의 '메이지 탄생 오므라이스'.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2차 만찬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尹대통령이 먹을 오므라이스 미리 먹은 기자 왈 "입안 가득..."
일본 도쿄 긴자 소재의 양식점 렌가테이 (사진 촬영 : 권진영 기자)


尹대통령이 먹을 오므라이스 미리 먹은 기자 왈 "입안 가득..."
렌가테이의 '원조 포크 커틀릿' (사진 촬영 : 최동현 기자)


尹대통령이 먹을 오므라이스 미리 먹은 기자 왈 "입안 가득..."
렌가테이의 '원조 하야시 라이스' (사진 촬영 : 권진영 기자)


(도쿄=뉴스1) 권진영 기자 = 마치 극세사 이불처럼 밥을 폭 감싼 노오란 계란 옷. 그 안에 든 새콤 달달한 케첩 라이스. 그리고 계란옷을 타고 흐르듯 플레이팅 된 빨간 케첩 소스.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먹게 될 128년 전통, '렌가테이'의 오므라이스다. 정상들의 맛집 후기까지 기다릴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기자 세 명이 대신, 직접 먹어보고 왔다.

아침 기사 마감으로 홀쭉해진 배를 부여잡고 도착한 도쿄 마루노우치선(線) 긴자 역(驛). 골목 안쪽으로 4분 정도를 걸어 들어가자, 세련된 남성 잡화점과 오래된 상가 건물 사이로 4층짜리 주황색으로 빛바랜 벽돌 건물이 나타났다. 참고로 렌가테이의 '렌가'는 빨간 벽돌을 뜻한다.

근방 50m 안에서 가장 낡아 보이는 건물이었지만 가게 앞에 줄지어 선 20명 남짓이 손님들을 보고 단박에 '렌가테이다!'하고 알아챌 수 있었다.

원조 오므라이스를 영접하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대략 한 시간. 평소 맛집을 위해 줄을 서지 않는 전형적인 '빨리빨리' 인간인 기자는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가게 창가에 붙은 주황색 딱지에는 일본의 맛집 플랫폼이 선정한 '화제의 가게' 딱지가 붙여져 있었다. 포크 커틀릿(돈가스)·굴 튀김(겨울 한정)·새우 튀김·가츠샌드위치·메이지 탄생 오므라이스·하야시라이스 등 가게에서 '원조'를 주장하는 메뉴 설명도 있었다.

메뉴 설명을 16번째 복기하고 있을 때 쯤, 드디어 "세 분이시죠?"라는 반가운 질문이 날아왔다.

안내를 따라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흰 셔츠에 까만 조끼 슈트, 나비넥타이를 한 점원이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라고 점잖게 인사했다. 잠시 이케부쿠로의 집사 카페에 잘못 들어온 줄로 착각했다.

대표 메뉴라고 떡하니 빨간 별이 붙은 '메이지 탄생 오므라이스'·원조 포크 커틀릿·원조 하야시 라이스를 하나씩 주문했다. 포크커틀릿을 주문하면 빵이나 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빵은 원하면 토스트로 준다.

기다리는 동안 찬찬히 둘러본 가게는 마치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온 것만 같았다. 가게를 관통하는 콘셉트는 '고동색 목조'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테이블도 의자도 전부 목조였다. 한편에는 메이지 시대 거리를 그린 벽화가 붙어 있었다.

NHK 아침 드라마 세트장 같은 가게 안의 모습을 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으나 음식을 제외한 실내 촬영은 제지당했다.

10분쯤 기다리자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비주얼 센터로 치자면 단연 오므라이스였다. 노란색 계란옷과 빨간 케첩, 초록색 풀 장식이 주는 색채 대비가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다'는 일본 표현대로 식욕을 자극한다.

오므라이스의 화룡점정은 계란이 뭉친 가장자리 부분이었다. 버터를 충분히 녹여 더욱 말랑 폭신해진 계란에 새콤한 케첩 소스를 곁들이자 더 완벽해졌다. 입안 가득 버터 풍미가 퍼졌다.

포크커틀릿은 겉모습은 다소 평범했지만, 이날의 맛 평가 1등을 차지했다. 바삭을 넘어 빠삭한 튀김옷 안 도톰한 고기에서는 담백한 육즙이 팡 터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겨자를 곁들이는 것이 오늘의 리빙 포인트다.

마지막으로는 반전 넘치는 하야시 라이스다. 중고교 급식에서 나오는 한국의 갈색 하야시 라이스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춘장을 소스화한 듯한 새까만 소스에 큼직한 돼지고기와 양파가 들어간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녹진하고 진한 짭짤함이 매력이다. 기자 중 한 명은 "이 메뉴 생각이 나서 다시 렌가테이를 찾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결국 세 숟가락 정도 남겼다.

가게 직원들은 대부분 친절했으나 경호상의 사정도 있는 탓일까, 계산하며 슬쩍 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했지만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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