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막고 카카오 손잡은 'SM 3.0' 방향성은

입력 2023.03.12 14:44수정 2023.03.12 14:44
기사내용 요약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본격화
이수만 SMP 색깔 옅어질 듯
에스파·엑소·슈퍼엠 앨범 발매도 탄력
NCT 도쿄 등 신입그룹 프로모션과 활약

하이브 막고 카카오 손잡은 'SM 3.0' 방향성은
[서울=뉴시스] '갓 더 비트'. 2023.01.16.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이브(HYBE)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12일 중단하면서, SM이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발표한 'SM 3.0'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됐다.

SM이 지난달 3일 발표한 'SM 3.0'의 핵심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1인 프로듀서 체제'에서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를 갖춘 회사로 변모하는 것이다.

사실 최근 SM은 '이수만 1인 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점차 노출해왔다. 특히 SM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따랐던 어벤저스 걸그룹 '갓 더 비트'의 첫 미니앨범 '스탬프 온 잇(Stamp On It)'가 보기다.

갓더비트는 SM 소속 여성 아티스트들이 테마별로 새로운 조합의 유닛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걸스 온 톱(Girls On Top·GOT)'의 첫 유닛. 작년 1월 선보인 첫 싱글 '스텝 백(Step Back)'으로 화제가 됐다. '한류 개척자' 보아를 비롯 소녀시대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 슬기와 웬디, 에스파 카리나와 윈터 등 SM뿐 아니라 K팝 신을 대표하는 여성 아이돌이 뭉쳐 파괴력이 컸다.

그런데 이번 음반 '스탬프 온 잇'은 화제성이 크지 않았다. 팬덤이 큰 멤버들을 모아놓고도 멜론 '톱100'에 잠깐 진입했을 뿐 금방 벗어났다. 해외 차트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과 유영진 이사의 뮤직 & 슈퍼 바이저가 빚어낸 'SMP 무용론'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SM의 뮤직 퍼포먼스, 즉 'SMP'(SM Music Performance)는 SM 음악 철학의 결과물이다. SMP는 SM 소속 뮤지션들의 노래·안무를 최적으로 혼합한 스타일을 일컫는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유도하는 현란한 댄스음악, 여기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노랫말도 포함된다. 난해하지만 사운드·메시지가 덩어리로 무대 위에 펼쳐져 폭발력을 냈다.

광야(KWANGYA·SM 가수들이 모여 있는 세계관)를 추종하는 '슴덕'('SM'을 '슴'으로 읽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SM 마니아를 지칭함) 혹은 '핑크 블러드'(SM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응원하는 팬덤)가 양산됐다. SM 보이그룹 멤버들의 연합체인 '슈퍼엠'과 갓더비트가 SMP의 결정체다.

하지만 갓더비트 '스탬프 온 잇'의 타이틀곡 '스탬프 온 잇'에 대해 비판이 잇따랐다. R&B 힙합 기반의 사운드는 귀에 덜 감기고, 노랫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충성심이 강한 슴덕과 핑크 블러드 사이에서도 터져나왔다.

하이브 막고 카카오 손잡은 'SM 3.0' 방향성은
[서울=뉴시스] 에스파 첫 콘서트 모습. 2023.02.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SMP의 최신판인 에스파의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K팝 4세대 걸그룹 선두주자로 통한 에스파 미니 2집 '걸스'는 K팝 걸그룹 처음으로 초동 100만장을 넘기고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음반 자체에 대한 평가는 전작들보다 박했다.

특히 SM 이사 출신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제작한 '뉴진스'가 SM 초창기 걸그룹 일부(S.E.S.·밀크)를 떠올리게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에스파 팬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 윈터·카리나 같은 매력적인 멤버들이 에스파에 속해 있음에도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강한 SMP 콘셉트만 내세워, 가진 잠재력보다 팀이 덜 주목 받는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K팝은 이제 국내 내수용이 아닌 해외 수출용이 됐다. 듣기 좋고 공감하기 쉬운 메시지에 비중을 싣게 됐다. 예전처럼 마니아를 겨냥하는 음악으로 한계가 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초창기 세계관에 공감한 마니아들 위주로 팬덤을 무섭게 불렸지만, 결국 이들을 전 세계적인 그룹 반열에 올린 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원하는 음악적 방향성이 아니었다는 건 차치하고)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같은 팝 댄스 곡이었다.

이렇게 경쟁사의 그룹이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와중에 4대 대형 기획사 중 SM만 홀로 미국 음악시장 풀뿌리 인기를 반영하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한 곡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일흔이 넘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감각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SM 내부와 팬덤 사이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 NCT 드림의 '캔디' 등을 제외하고 몇년 동안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곡도 없었다. 더구나 '넥스트 레벨'과 '캔디'는 각각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 OST와 H.O.T의 곡을 리메이크한 노래였다.

지속적인 1인 프로듀싱 체제는 다양한 그룹이 속한 회사 색깔에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팀의 음반이 발매돼 팀마다 활동 공백 기간이 비교적 길다. 그룹의 음반 발매와 활동이 수익과 바로 직결돼 바로 바로 음반을 내는 최근 K팝 기획사의 흐름과 어긋난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을 가장 잘 운영하고 시너지를 내고 있는 회사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대표적이다. 시차가 다소 존재하는 SM 소속 그룹들과 달리 하이브 레이블즈는 동시다발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발매하면서 차트 순위에 빈틈을 만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JYP 2.0'도 멀티 레이블 형식이다. 박진영은 당시 "회사 안에 4개의 작은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며 4개의 레이블이 결합된 하나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JYP 내엔 트와이스, 엔믹스 등 각 팀별로 전담팀이 따로 있다.

하이브 막고 카카오 손잡은 'SM 3.0' 방향성은
[서울=뉴시스] 'SM 3.0' 투자 전략. 2023.02.23. (사진 = S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SM과 카카오도 이런 흐름에 인수해도 멀티 레이블은 강화된다. 이미 SM 현 경영진은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면서 '이수만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SM 3.0'을 선언했다. 소속 아티스트를 5+1개 제작센터로 구분한다고 했는데 이는 멀티 레이블 체제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아이유가 속한 이담 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아이브가 속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더보이즈 등이 속한 IST엔터테인먼트 등의 레이블 체제다. 이밖에 영상 콘텐츠·배우 소속사 등의 레이블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만 SM은 팀별로 유기적인 관계가 있는 특수한 상황이다. 마블을 연상시키는 SM컬처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의 세계관이 있다. SMCU는 다양한 영웅을 내세운 디즈니의 마블 스튜디오처럼, SM에 속한 각 그룹이 광야 공간에서 각자 쌓아온 서사를 펼치거나 서로 교차시키는 걸 가리킨다. 마블의 어벤저스처럼 SM 소속 보이그룹 멤버들과 걸그룹 멤버들이 각각 뭉친 슈퍼엠과 갓 더 비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다.

이 부분이 카카오와 가장 시너지가 예상된다. 세계적인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엔터가 이 SMCU를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슈퍼 K팝 IP 부재가 가장 큰 약점이었던 만큼, SM이 천군만마가 됐다.

SM 현 경영진·카카오와 척을 진 이 전 총괄과 그의 측근인 유영진 이사가 주도해온 SMP 색깔은 다소 옅어질 수밖에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SM은 상반기 안에 에스파를 그리고 올해 안에 회사의 상징인 엑소, 슈퍼엠 등의 새 앨범 발매를 예정하고 있다. NCT도쿄 등 신인그룹 세 팀도 데뷔 예정이다. 이들의 프로모션과 활동 형태가 'SM 3.0'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SM의 만남 중 가장 큰 시너지는 아무래도 음원 유통이다.

하이브 막고 카카오 손잡은 'SM 3.0' 방향성은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두고 카카오·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신경전을 벌인 하이브(HYBE)가 12일 성명을 통해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며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2023.03.12. livertrent@newsis.com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2년 연간차트 기준 유통사 점유율에서 카카오엔터가 35.7%로 1위다. 아이브, (여자)아이들 등의 음원을 유통했다. 2위가 SM 소속 가수들의 음원을 유통한 드림어스컴퍼니(15.5%)가 2위였다. 드림어스와 계약이 끝난 SM은 카카오엔터를 통해 유통하게 되는데 카카오엔터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와 YG 소속 가수들의 음원을 유통하는 YG 플러스가 3위다.

이와 함께 SM은 100% 출자하는 음악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도 설립, 글로벌 매니지먼트·IP 제작 센터 구축 등 예고했던 사업들도 추진한다.

오는 31일 예정된 '제28회 주주총회'에서 출범할 이사진은 'SM3.0 이사회'가 된다.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지명한 이들로 구성된다. 앞서 SM은 '2023년 정기주주총회' 안건 공시를 통해 사내이사에 장철혁 SM 최고 재무 책임자(CFO), 김지원 SM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SM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을 후보로 제안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문정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민경환 블로코어(Blocore) 파트너 ▲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총 6인을 선정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을 지목했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이미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카카오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던 두 대표인 만큼 각자의 전문 분야를 맡아 'SM 3.0'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A&R, 탁 대표는 매니지먼트가 전문 분야다. SM 내에서 각 분야에 오랜 기간 몸 담아온 만큼,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코스닥 상장사인 SM과 합병해 '우회상장'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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