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시장 과열'·'승자 저주' 피했다…SM 인수중단 '합리적' 평가

입력 2023.03.12 12:16수정 2023.03.12 12:16
기사내용 요약
"플랫폼 협업 방안에 대해 합의" 등 실리도 챙겨

하이브, '시장 과열'·'승자 저주' 피했다…SM 인수중단 '합리적' 평가
[서울=뉴시스] 하이브 사옥. 2023.02.10.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HYBE)가 'K팝 개척사'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12일 중단한 것에 대해 K팝 업계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SM 경영권을 인수를 두고 카카오와 극하게 날을 세워 온 하이브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치킨 게임'으로 양 측 다 내상이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SM 주가가 15만원 안팎을 오가는 등 급등하면서 1조원대라는 천문학적인 출혈이 예상됐고, 이로 인해 SM 경영권을 어느 쪽이 확보하든 '승자의 저주'도 따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카카오가 SM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뒤 시장에서는 하이브의 대항 공개매수 참전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도 보였다. 경영권 분쟁이 계속될 경우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SM에 대한 소액 투자자들 중 일부의 '빚투'도 늘어나고 있었다.

이미 SM 주식은 고점에 달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누가 인수하든 통합 과정에서 막대한 유무형의 리소스 부담과 함께 단시간 내 매출 증대와 사업적 시너지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하이브는 현 상황에서 SM 가치가 자체 산정한 기준을 넘어섰고, 자사 주주가치 등을 고려해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하이브가 합리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양 측 이미지에 큰 타격이 우려됐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과정에서 지분을 대거 취득해 금융감독원(금융위)이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사안을 검토 중이었다.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인수하면, 국내에서 K팝 산업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사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하이브가 SM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금융위와 공정위 건은 부담을 덜게 됐다.

하이브, '시장 과열'·'승자 저주' 피했다…SM 인수중단 '합리적' 평가
[서울=뉴시스] 카카오, 하이브 로고. 2023.02.25. (사진 = 카카오,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협상에 중요한 건 명분보다 실리다. 어떤 결론을 도출하든 감정 싸움까지 비화한 상황인 만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선에서 협의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게 수순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협업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며 자사의 지식재산권(IP) 유통 판로 다각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현재 카카오와 IT 플랫폼 라이벌인 네이버와 동맹을 맺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율해나갈지가 관건이다.


네이버가 웹툰을 비롯 카카오와 사업이 여러 영역에서 겹친다는 점, 공동 경영 가운데 팬플랫폼(위버스·디어유 버블)과 음원 유통 등의 측면에선 계속 경쟁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불편한 동거'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동남아와 중국 쪽에서 열세인 하이브가 해당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노하우를 쌓아온 SM의 통로를 활용하는 등 윈윈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하이브와 카카오가 다투는 과정에 정작 아티스트와 K팝 팬이 배제돼 왔다는 비판도 나왔었는데, 이 부분도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었을 지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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