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가 각자의 첫 장르물인 '더 글로리'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10일 오후 파트2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8부작 파트 1이 공개돼 신드롬급 인기로 파급력을 보여준데 이어, 이날 8부작 파트 2가 화제 속에 베일을 벗었다. .
총 16부작인 '더 글로리'는 김 작가 딸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 작가는 "딸이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가슴 아플 것 같아'라고 하는데, 그게 충격이고 너무 지옥처럼 힘들었다"라며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가 '더 글로리'라고 해 첫 장르물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작가의 '더 글로리'는 제작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학폭'이라는 민감한 소재의 복수극인 데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로 알려진 김은숙의 첫 장르물이라는 점이 '드덕'(드라마 덕후)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갓은숙'의 필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간 해오던 드라마와 결이 다른 작품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선도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김 작가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김 작가 대본의 장점으로 꼽히는 '말맛' 느껴지는 대사, 개성 강한 캐릭터 등은 '더 글로리'에서도 매력이 빛을 발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서사, 복수의 당위성, 떡밥 회수 등 장르물이 갖춰야 할 미덕을 잃지 않았다. 9일 진행된 '더 글로리' GV에서 김 작가는 작품에 대해 "내가 봐도 무섭도록 잘 썼더라"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문동은 역의 송혜교 역시 전에 없던 캐릭터를 선보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너무 해보고 싶은 장르고 캐릭터였다,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다"라고 밝혔던 그는 극에서 문동은으로 완벽히 분한다. 화장기 없이 버석한 얼굴, 서늘한 눈빛으로 서 있는 인물은 배우 송혜교가 아닌 문동은 그 자체였다.
낯설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송혜교는 파트 2에서 온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억눌러왔던 감정을 발산하고 분노와 두려움이 섞인 민낯을 드러내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또한 내면의 상처, 이로 인한 감정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그간 '멜로 퀸'으로서 섬세한 감정 연기 혹은 경쾌한 연기를 주로 선보여왔던 송혜교는 '더 글로리'를 통해 확실히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송혜교가 낯설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연기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그가 대중에겐 반갑게 느껴진다.
GV에서 송혜교는 "첫 장르물이라 모든 게 다 어렵고 힘들었는데, 고생한 만큼 좋은 반응이라 감사한 마음"이라며 호평을 건넨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작가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보고 '송혜교에게 이런 표정이 있구나' '이런 걸음걸이가 있구나' 놀랐다"라며 "사석에서 봤던 송혜교는 어디에도 없고 모든 신이 문동은이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 송혜교는 연기 변신에 성공했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확 넓히게 됐다. 이제 '장르물 주연' 송혜교가 대중에게 낯설지 않게 된 것은 물론이다.
지난 2016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KBS 2TV '태양의 후예'로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김 작가와 송혜교는 이번에는 장르물로 재회, 역시나 시너지를 일으키며 좋은 결과물을 완성했다. "지금이 장르물을 해야 할 때"라며 도전한 김 작가와 송혜교의 선택은 옳았다. 두 사람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전진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