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모씨(30)는 경기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정보기술(IT) 회사 3년차 직장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전면 재택근무를 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재택근무일이 일주일에 하루로 줄었다. 서울 신림에서 자취 중인 김씨는 요즘 출퇴근 때마다 '지옥철'이 심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주변 IT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다 회사로 출근하게 됐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 데 피부로 느껴졌다"며 "아직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일부 계열사에서도 재택이 폐지될 것이란 소문이 돌아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당시 재택 근무 도입에 앞장섰던 정보통신(IT) 업계가 엔데믹에 맞춰 출근 근무 중심의 '퍼스트 오피스' 전환이 확산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판교는 지금 근무 변화 몸살 중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근무 제도를 변경하는 IT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전면 재택에서 회사 출근을 기본 방침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카카오 본사의 경우 이달 초부터 새로운 근무제도인 '카카오 온'을 도입했다. 자율적으로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던 기존 근무제에서 '오피스 퍼스트'로 변경된 것. 실제 이날 오전 방문한 경기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내 엘레베이터는 크루(임직원)들로 꽉 찼고, 사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출근하는 크루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카카오 측은 새 근무제 도입 후 사실상 유연한 하이브리드(재택+출근) 근무가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최소 단위 조직별로 자유롭게 근무 형식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주5회 출근하는 파트도 있고, 주3일 출근·주2일 원격근무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피스 근무를 하고 싶은 사람이 신청을 하면 자리를 배정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제 크루들 각자 자리가 모두 생겼다"며 "3월 이전보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많이 늘었겠지만,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말 바꾸나" 소통 부족 갈등
다만 근무제 변경을 두고 IT 업계 내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동안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생활 패턴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아서다. 출퇴근시간 혼잡은 물론 회사 출근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품 및 인프라 부족 등 업무상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판교에 위치한 IT 회사 직장인 윤모씨(29)는 "주위에서 재택근무를 부러워 할 때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 애사심이 들었는데 이제 회사가 큰 장점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며 "교통비, 점심 식사 후 카페 비용 등 불필요한 지출이 생긴 점도 아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근무제 변경에 있어 직원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카카오 노조 측은 근무제 변경 발표 이후 크루들과의 소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야놀자도 오는 4월부터 전면 원격 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 출근 기반 하이브리드 유연근무제를 시작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복지 중 하나로 크게 홍보해왔으면서 갑자기 말을 바꾸니 속았다고 느끼는 직원들도 많은 상황"이라며 "임원이 아니라면 직원들에게 회사 출근은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잡음을 줄이기 위해 여러 복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