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들과 있던 남편, 만삭 아내 모른 척…"동거 들킬까 봐"

입력 2023.03.07 13:27수정 2023.03.07 13:27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30년간 지적장애 아들 둘을 남편 도움 없이 키워낸 아내가 첫째 만삭 시절 받은 상처를 털어놨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열혈 엄마 vs 무덤덤 아빠 - 결혼 30년 차 열무 부부'가 출연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만났다.

이날 방송에서 아내는 남편에 대해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겪은 일화를 전했다.

아내는 첫째 아이를 뱄을 당시 임신 중독 증세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퇴근 시간에 맞춰 장터로 나오라고 한 남편을 위해 나섰다.

그러나 남편 옆에는 여자 직원들이 있었고, 아내가 다가갔지만 남편은 이를 모른 척했다고.

아내는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고, 살이 쪘고 부었다. 남편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나갔는데 날 인정하지 않고 모른 척했다는 것 자체가 서운했고 큰 상처였다"고 말했다.

남편은 "당시 회사에서 (직원들이) 동거 사실을 몰랐을 때라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피하게 됐다"며 "바로 (외면 사실을) 인정했어야 했는데 싸움이 날까 봐 인정하지 못하고 요즈음에야 인정했다"고 밝혔다.

아내는 "지금은 인정했을지 모르지만, 전엔 인정 못했다. 끝까지 '기억 안 난다', '모르겠다'고 우겼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않나. 그건 당신이 나랑 첫째 아들을 없는 인간으로 보는 거 아니냐"고 오열했다.

아내가 30년간 마음에 담아둔 응어리를 하소연하자, 남편은 "3년인가 5년 전에 사과했잖아"라며 상황을 회피하려고 했다.

이에 아내는 "자기는 맨날 잘못했다, 미안했다 하는데 뭘 사과했는데? 진짜 사과헀으면 내가 여기까지 왔겠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애들도 나보고 힘들다 하고 그럼 나는 어디에 하소연하냐. 나는 남편 잡고 하소연하고 싶은데 당신은 나를 거부하고 가버리고. 난 진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사과로 시작한 대화는 결국 다툼으로 끝났고,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절규했다.

한편 오은영은 "'쉽게 조금만 노력하시면 바뀔 수 있다'고 말은 못 하겠다.
그러나 수동적이고 회피적인 분이 여기 나왔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지켜보시면 어떨까 싶다"며 "근데 만약 회전문처럼 그 자리로 계속 돌아온다. 너무 힘들어서 죽는 게 났겠다 싶으면 졸혼, 이혼을 신중히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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