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육아휴직을 거부당한 A씨는 회사를 신고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왔다. 그러자 상사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어렵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회사는 여러 징계사유를 나열하면서 해고 처분하겠다며 징계 의결신청서를 작성해 둔 상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가 도리어 회사로부터 소송 등 보복성 갑질을 당하는 직장인이 2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2월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175건 중 피해자가 회사 또는 노동청에 신고한 건수는 67건이었다. 이 중 36건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 즉 보복갑질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상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겁박해 신고를 포기하게 만들고 다른 직원의 신고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주로 형사상 모욕, 명예훼손, 무고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이다. 심지어 신고한 직원의 과거 업무 실수를 끄집어내 업무방해나 재물손괴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법 지식이 없는 노동자가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으면 겁에 질려 협박에 넘어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신고를 이유로 한 무고죄나 업무방해죄 고소 혹은 손배배상 청구와 같은 보복소송은 규율할 방법이 없는 만큼 향후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의 정기호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형사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해야 한다"며 "법원도 가해자나 사용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