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MZ세대'는 어느덧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정치권에선 'MZ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학계에서는 'MZ세대 담론'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들은 "우리는 오해받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그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뉴스1 사회부 기자들이 나섰습니다. MZ세대 최전선에 있는 90년대 중반생 기자부터 '젊은 꼰대' 소리 듣는 80년대생 기자까지 'MZ통신'을 연재합니다.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우리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은어가 '꼰대'입니다. 꼰대는 원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기성세대를 가리키는 단어였지요.
직원들에게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상사, 다양성을 묵살하고 본인 가르침만 고집하는 교사나 교수를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꼰대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이른바 '젊꼰'(젊은 꼰대)이란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지요. 나이는 한창 젊은데, 권위적이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내가 꼰대 같아?"
제 주변이나 취재원들은 대화 말미에 이렇게 반문하곤 합니다. 이들은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으로 일명 'MZ세대'라 불리지요.
꼰대와 상극일 것만 같은 MZ세대도 '젊꼰'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입니다.
2년차 직장인 A씨(27·여)는 자신을 아예 '선택형 꼰대'라고 칭했습니다. 그는 후배가 인사를 하지 않으면 심기가 불편하다고 하네요. 잘못을 저지른 후배가 '죄송하다' 대신 무언가 변명한다 싶으면 신경이 바짝 곤두섭니다.
다만 자기감정을 매번 분출하지 않고 처음 몇 번은 인내하고 넘어간다며 그냥 꼰대가 아닌 '선택형 꼰대'라고 했습니다.
신입사원인 B씨(28·남)는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사람에겐 나이부터 묻고 싶답니다. 행여 선배나 연장자와 식사했는데 밥값을 갹출했다면 서운한 감정이 들고요.
B씨는 "반대로 학교 후배와 식사하면 내가 사야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며 "이런 성향이 요즘 말하는 꼰대와 가깝지 않나 싶다"고 했습니다.
2년차 직장인 C씨(30·남)의 고민은 훨씬 복잡하고 현실적입니다. 최근 당돌한 후배를 맞았다는 그는 스스로 '꼰대 다 됐구나' 자책하기에 이르렀죠.
후배는 C씨를 앞에 두고 회사 관행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회사 생활의 불합리함을 느끼고도 순응했던 C씨와 달라던 거죠.
C씨는 입사 초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매일 상사에게 질타 받았습니다. 나이 차가 크게 나지 않는 상사는 "나와 대화하려면 경험치를 더 쌓고 오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지나친 확신을 갖고 상대가 제시한 근거를 무조건 틀렸다고 하는 상사였습니다.
그런 상사에게 지쳐 C씨는 무의식적으로 의견 개진을 포기하고 체념한 채 지냈습니다. 개인의 판단보다 조직 내부의 논리를 흡수하고 있던 거지요.
그러다 새로 맞은 후배에게 자신도 조직 논리를 강요했고 결국 후배의 '저항'에 부딪힌 겁니다.
'꼰대를 욕하다가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된 건가'. 꼰대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은 나이가 아닌 사고방식과 태도임을 그는 새삼 깨달았답니다.
C씨의 고민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꼰대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조직 생활 생존전략일 수 있습니다. '꼰대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도 사실 윗사람들이 선호하는 유형의 관리자'란 말이 있을 정도죠.
알게 모르게 조직에 필요한 인재라는 인식도 퍼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 부장님이나 저연차 MZ사원이나 꼰대가 되라는 유혹을 받는 게 아닐까요?
'젊꼰'이 잘못된 건지, '젊꼰'을 부추기는 사회가 나쁜 건지, 진지한 질문과 해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