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보세요"...기관장의 방송 한마디에 감동 받은 사연

입력 2023.03.04 09:00수정 2023.03.04 11:52
작년 한해 서울 지하철 칭찬 민원 2435건 열차 승무원의 '감성방송' 칭찬 가장 많아
"창 밖을 보세요"...기관장의 방송 한마디에 감동 받은 사연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해 서울 지하철에 접수된 칭찬 민원이 2435건이었으며, 이 중 72%(1755건)가 승무원 안내방송에 대한 칭찬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 가족 같은 분의 장례가 있어 어저께까지 많이 울고 힘든 하루였어요. 새벽에나 잠든 하루…눈도 팅팅 붓고 몸도 천근만근이네요. 근데 출근길 기관사님의 밝은 음성과 바쁘신데도 힘을 주시는 멘트에 감동이 되고 힘이 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 문자 남깁니다.
#2. 2호선 교대역에서 제 어머님이 소형 보청기를 분실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대합실을 돌아다니며 분실한 보청기를 찾으려 노력하셨지만, 크기가 작고 고령이신 탓에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교대역 직원인 김영호 씨가 흔쾌히 찾아주는 것에 도움을 주어 역사 한쪽 구석과 쓰레기통 안쪽에서 보청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의 소리를 되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전 한국에 사는 외국인입니다. 오늘 아이폰 2대를 잃어버렸으나, 숭실대입구역 직원들의 도움으로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빠르고 정직하게 업무 처리하는 모습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같은 상황이 일어났다면 절대 찾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해 서울 지하철에 접수된 칭찬 민원이 2435건이었으며, 이 중 72%(1755건)가 승무원 안내방송에 대한 칭찬이었다고 4일 밝혔다.

2022년 칭찬민원은 전년에 비해 188건 증가한 것으로, 가장 많은 유형은 열차 승무원 감성방송에 대한 칭찬 민원이었다. 역 직원·보안관·청소노동자에게 전하는 칭찬들도 많이 접수됐다.

7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승무원 안내방송에 대한 칭찬은 일상 속 힘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동적인 방송에 많은 시민이 힘을 얻어갔다는 내용이 많았다.

"왼쪽 창문에 불꽃 축제" 방송 한마디에 모두가 "와~"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직원 역시 승무 직원이었다. 주인공은 4호선에서 근무 중인 최경천 차장(132건)이다. 최경천 차장은 2021년에도 가장 많은 칭찬 민원을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칭찬 민원 1000건이 넘는 ‘미담 제조기’로서 솔선수범 중이다. 최경천 차장은 “지치고 힘든 하루 속에서 짧게나마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호선에서 근무 중인 박강일 차장은 104건으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다.

칭찬 민원에는 서울시민들의 다양한 일상 사연이 포함돼 있어 감동을 준다. 지난 해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된 칭찬 민원 중 하나는 "고3이라 수시 준비로 인해 콕 찔러도 눈물 날 것 같은 멘탈이었는데, 기관장님이 '왼쪽 창문에서 불꽃 축제를 볼 수 있습니다'라고 방송해주셔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이 지하철에서 모두가 창밖으로 예쁜 불꽃 축제를 관람할 수 있었습다"며 "방송 덕분에 창문을 보고 잠깐이나마 감탄하면서 즐겼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물폭탄에 침수됐던 다음날, 말끔하게 청소된 역사에 감동

또 다른 승객은 "어젯밤까지만 해도 다수의 역이 침수됐었는데 오늘 아침 나가보니 지난 밤 상황을 모를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며 "밤새도록 청소해주신 청소 노동자분들 덕분에 쾌적하고 안전한 출근길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칭찬 민원을 했다.

지난 해 12월 말 한 시민에게 보청기를 찾아줘 칭찬 민원을 받은 교대역 직원 김영호 씨는 "역 직원으로서 이용객 불편 해소에 나서는 것은 당연함에도 칭찬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며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도움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느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사는 칭찬을 많이 받은 직원에 대해 표창 수여 등 포상을 통해 그 노고를 격려하고 있다.
누적 칭찬 민원이 100건 이상인 승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센추리 클럽(Century Club)을 만들어 직원 간 업무 요령을 공유하거나 민원을 분석하는 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해에는 1호선에서 근무하는 박강일 차장, 7호선에서 근무하는 공태영 차장이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서길호 서울교통공사 영업지원처장은 “기분 좋은 지하철 이용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공사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칭찬 민원이 접수된다면 업무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부탁드린다”며 “공사는 앞으로도 더 나은 대시민 서비스를 통한 최고의 지하철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