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7살 딸 유골 찾아 끌어안은 아버지 사연

입력 2023.03.03 07:05수정 2023.03.03 10:03
12년 만에 7살 딸 유골 찾아 끌어안은 아버지 사연
2011년 3월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해 1만5000명 이상이 숨지고 무려 47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한 지 12년째를 맞은 지난해 1월, 유해도 찾지 못한 채 7살 난 딸 시오나기를 떠나보냈던 아버지가 긴 시간 끝에 다리뼈인 대퇴골을 발견해낸 소식이 전해졌다. 후쿠시마중앙TV 보도 캡쳐


12년 만에 7살 딸 유골 찾아 끌어안은 아버지 사연
동일본 대지진 당시 7살 어린 딸을 떠내보낸 기무라씨는 최근 어린 아이들을 위해 지진에 대피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 캡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조금만 기다려. 아빠가 꺼내줄게."

1만5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올해로 12년째. 7살이었던 어린 딸을 유해도 찾지 못한 채 떠나보낸 아버지 기무라 노리오씨가 지난 2016년 딸의 뼛조각을 찾아낸 데 이어, 지난해 25cm의 대퇴골을 기적적으로 발견한 사연이 최근 전해져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2일 후쿠시마중앙TV 등 일본 현지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3월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해 1만5000명 이상이 숨지고 무려 47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한 지 12년째를 맞은 지난해 1월, 유해도 찾지 못한 채 7살 난 딸 시오나기를 떠나보냈던 아버지가 긴 시간 끝에 다리뼈인 대퇴골을 발견해냈다.

그는 2016년 딸의 목뼈 일부가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았던 후쿠시마현 오쿠마초 인근에서 딱딱한 긴 다리뼈가 땅속에 있는 것을 발견, 직접 삽으로 파서 딸의 대퇴골을 꺼내 끌어안았다.

긴 시간 끝에 딸의 유해를 직접 땅을 파서 발견해낸 기무라씨의 눈시울이 불거졌으며, 그는 딸의 유골을 몇 번이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딸의 목뼈 일부가 발견됐던 2016년 당시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기무라씨와 가족들이 살던 해당 지역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까지 덮치면서, 이후 국유화돼서 오염토를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이 이곳에 건립됐다.

이로 인해 딸의 유해를 수색하는 작업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집념을 발휘한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으로 10년 넘는 세월 끝에 딸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 생존한 장녀 데리고 대피해야만 했던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인근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서 부모님과 아내, 두 딸과 함께 살던 기무라씨는 이웃 마을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지진이 가족들이 살던 지역을 덮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은 해안에서 100m 정도만 떨어진 인근이었지만, 해발 5m 이상 높은 곳에 위치해있었기에 쓰나미로부터 안전할 것이라 여겼던 그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그는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됐고, 동네 긴급 대피소에 어머니와 장녀 마이유키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7살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내 집이 있던 동네로 향했지만 딸을 포함한 가족들을 찾기 위해 밤새 고군분투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가족들을 찾기 위해 애쓰던 기무라씨에 자치구장들은 향후 추가 쓰나미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즉각 대피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장녀 마이유키를 포함해 살아남은 가족을 지켜야만 했던 기무라씨는 오카야마현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해 4월 아내와 아버지의 시신은 인근 해상과 집이 있었던 땅의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유해도 없이 떠나보내야만 했던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써왔다.

◇ 어린 딸에게 지진 대피법 가르치지 못해 후회…교육활동 이어가는 아버지

기무라씨는 최근엔 자신의 경험을 전하면서 어린 아이들을 위해 지진에 대피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평소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끼리 지진에 대피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던게 후회된다면서, 지진과 태풍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헀다.

기무라씨는 자신의 딸처럼 어린 아이들에게 지진 대피 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나와 가족, 친구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딸과 가족을 떠나보냈지만, 그럼에도 가족들과의 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오구마초 지역에 언젠가는 다시 아가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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