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얼굴에 '개 얼굴' 합성해 올렸는데 반전 판결

입력 2023.02.27 08:44수정 2023.02.27 09:35
피해자 얼굴에 '개 얼굴' 합성해 올렸는데 반전 판결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에 방송 영상을 올리면서 사람 얼굴에 개를 합성해 표현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와 B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이 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에서 보험 관련 정보를 다루고 있는 이 씨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다른 유튜버 A씨와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2018년 4월, A씨에 대해 "양아치다", "사기꾼이다", "사람을 속여먹고 뒤통수나 친다" 등의 발언을 하며 여러 차례 모욕했으며, 2019년 2월, B씨의 방송 영상을 게시하면서 B씨 얼굴에 개 얼굴을 합성해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1∼3심 모두 개 얼굴을 합성한 부분은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를 모욕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모욕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유튜브 채널에 올려 다수의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 피해자가 입은 피해가 결코 적지 않다"라면서도 "B씨에 대한 모욕 혐의는 무죄"라고 판시했다.

한편 이 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의 초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개 얼굴 모양의 그림을 사용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다른 모욕적 표현 없이 단지 개 얼굴 모양의 그림으로 B씨 얼굴을 가린 것만으로는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사회 일반에서 '개'라는 용어를 다소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피해자 얼굴을 개 얼굴 사진으로 가린 행위가 곧바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동물 그림을 사용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면서도 "해당 영상이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모욕적 표현을 한 경우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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