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에 "내 딸 괴롭히지마" 소리친 엄마, 유죄 선고 받은 황당 이유

입력 2023.02.22 10:36수정 2023.02.22 15:33
학폭 가해자에 "내 딸 괴롭히지마" 소리친 엄마, 유죄 선고 받은 황당 이유
[연합뉴스TV 캡처]
[파이낸셜뉴스]
자신의 중학생 딸을 괴롭힌 가해 학생을 찾아가 소리를 지른 피해 학생 어머니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임효랑 판사)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부모 A씨에게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9월 자신의 중학생 딸의 같은 반 학생 B양이 다니는 학원을 직접 찾아갔다. A씨는 B양에게 “내 딸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했지. 그동안은 동네 친구라서 말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참지 않을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양의 학원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차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라. 내 딸한테 말도 걸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소리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학원 강사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이 당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B양의 부모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는 딸과 만나지 말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어서 위법성도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B양은 실제로 같은해 8월부터 10월까지 A씨의 딸을 괴롭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고, B양에겐 서면 사과와 사회봉사 등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추후 A씨가 B양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A씨의 행동에 한해선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 역시 “A씨의 행동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딸에 대한 추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한 행동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그 사정만으로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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