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재미와 감동을 다잡았다는 말이 꼭 어울리는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다. 22일 개봉한 '카운트'(감독 권혁재)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핵아싸'(아웃사이더)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영화 '엑시트'(942만명)와 '너의 결혼식'(282만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까지 흥행 배우로 활약해온 배우 진선규의 첫 원톱 주연작이기도 하다.
'카운트'는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라이트미들급 금메달리스트인 복싱선수 박시헌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다. 당시 박시헌은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를 판정승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얻어냈으나, 편파 판정 논란이 불거지며 시상이 끝나자마자 은퇴를 했다. 이후 박시헌은 모교인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 교사로 부임해 복싱팀을 창단하고 제자들을 육성해왔다. IOC에서는 지난 1997년 최종적으로 정당한 판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박시헌은 일찍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안타까운 금메달리스트로 기억에 남았다.
권혁재 감독은 편파 판정 논란으로 비운의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시헌의 일화를 접하며 위안을 느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 등 류승완 감독과 연출부를 해오다 연출을 맡았던 '해결사'(2010)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그는 영화를 위해 3~4년간 직접 복싱을 배우는 진정성을 보여주며 박시헌의 마음을 열었다.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 결국 희망을 보여주는 '카운트'는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권혁재 감독과 오랜 무명 끝에 스타가 된 진선규의 열정과도 많이 닮아있는 작품이다. '카운트'를 완성하기까지, 권 감독의 작업 과정을 함께 돌이켜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진선규 배우의 첫 원톱 주연작이다.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박시헌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제일 중요했었다. 실존 인물이 주인공이고 진해가 배경인데 진선규 배우도 진해가 고향이다. 또 몸을 잘 쓰고 복싱도 배웠고, 체육선생님이 꿈이었다는 인터뷰를 보게 됐다. 당시 진선규 배우는 '범죄도시'로 뜬 라이징 스타였다. 단역 때부터 응원한 배우였지만, '범죄도시'로 상을 받고 시상식에서 감동을 줬을 때 '저분이 이걸 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 그때만 해도 (진선규의) 단독 주연은 앞서간 얘기였다. 하지만 영화를 진정성 있게 찍으려면 저 배우가 하면 좋겠다 했다. 그러다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진선규 배우가 '극한직업'을 비롯한 작품에서 더욱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됐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진선규 배우도 시나리오를 보고 '내 작품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윤우 역의 성유빈 배우는 아역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성유빈 배우는 워낙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줬다. 윤우라는 캐릭터가 중요해서 캐스팅 조건이 까다로웠는데 연기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복싱, 사투리도 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성유빈은 경상도가 고향도 아니었고 복싱도 해본 적이 없던 배우였는데, 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우리끼리는 '배우 눈썹'이라며, '눈빛이 참 예쁘다'고 했었다. 이 친구가 복싱의 복자도 몰랐는데, 7개월 내내 촬영 끝날 때까지 매일 연습했고, 사투리 연습도 많이 해왔다. 그 친구도 노력하고 성장하면서 연기력으로 극복해낸 거라서 진선규 배우도 리스펙(존경)한다고 할 정도였다. 그 부분은 정말 인정한다.
-현장에서의 진선규 배우는 어땠나.
▶진선규 배우가 꿈꿔온 게 있었다. 단역 배우들을 미리 만나보는 것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서 수고롭긴 했지만 작품을 하면서는 정말 좋았다. 1시간에 잠깐 한번 나오는 분들까지 모두 다 만났었다. 어머니 같은 분들, 심판 분들까지도 다 만났고 고사 때도 정말 많은 인원이 모였었다. 이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분들은 한 장면 나오는데도 (진선규 배우가 신경을 써서) 오히려 고마워했고, 더욱 열정적이셨다.
-진선규 배우의 첫 원톱 주연작인 만큼, 감독으로서도 부담감이 크진 않았나.
▶저 역시도 오랜만에 작품을 찍다 보니까, 아침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나갔다.(웃음) 진선규 배우 역시도 젊은 루키들을 이끌어야 하고, 극 중에서도 선생님 역할이라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서로가 모든 게 다 첫 경험이다. 주연으로 앞장 서서 해야 하고 분량도 많고 리드를 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는데, 팀 합숙 하듯 움직이면서 나중에는 팀워크가 자연스러워졌다. 우리 서로는 각자 '네가 잘 돼야 한다'고 했다.(웃음) 배려 아닌 배려, 응원을 해줬다. 진선규 배우도 영화가 끝날 때 손을 꽉 잡아주더라. 만감이 교차했나보다. 손을 잡더니 마음에 든다고 고맙다고 했고, 저도 고맙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도 만족스러워해서 감독으로는 너무 다행스럽다. 관객분들이 보러 와주셔서 만족스러워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만덕 역의 고규필과도 호흡이 돋보였다.
▶저는 '빈도보다 밀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N인터뷰】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