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변기 등 화장실용품 수출을 제한했다.
19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EU가 지난해 여름부터 변기 본체와 물탱크, 비데, 이와 유사한 위생용품 등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화장실용품은 지난해 7월 시행된 EU의 대러시아 수출 금지 물품 목록에 포함됐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 EU 외교관은 매체에 “수세식 변기는 다른 어떤 발명품보다 문명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화장실용품 수출 제한으로) 러시아의 기술적 발전을 그들의 문명 수준에 맞춰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도 변기를 비롯해 도기나 자기로 된 화장실용품의 러시아 수출을 제한했다.
매체는 러시아에서 5명 중 1명이 실내 배관이 없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등 변소 사정이 열악해 이러한 ‘화장실 전쟁’이 러시아인들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본국의 화장실 상태가 좋지 못하다 보니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 군인들이 가정집 변기를 약탈해 고향으로 보내는 일도 빈번하다. 러시아군의 변기 약탈은 악명이 높아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러시아인들은) 죽기 전에 파리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제는 죽기 전에 변기를 훔치는 것으로 소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2008년 조지아 침공 때도 변기를 약탈해갔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오는 24일을 앞두고 EU가 추가로 내놓을 10차 대러시아 제재로 ‘변기 수출 금지’와 같은 조치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