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편 살해한 20대女, 항소심서 2년 감형... 왜?

입력 2023.02.16 07:44수정 2023.02.16 17:55
40대 남편 살해한 20대女, 항소심서 2년 감형... 왜?
지난해 6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40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돈 문제로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40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받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지난 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9일 오전 3시쯤 스무살 연상의 남편 B(41)씨와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혼인신고 전 B씨로부터 고가의 예물, 예금, 자동차, 주택 등을 제공받기로 했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불만이 있었고 종종 갈등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다투는 과정에서 B씨가 자기 말을 듣지 않고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이후 A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고, 피고인은 피해자 사망을 확인한 뒤로도 한동안 범행 장소에 머무르며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나쁘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A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A씨가 살아온 가정 환경과 범행 동기를 참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아버지가 횡령 범죄로 도주한 뒤 시작된 어머니의 학대를 피하기 위해 중·고교 시절 남동생과 함께 주거지 없이 여러 시설을 전전했다. 이후 성인이 된 A씨는 어머니와 남동생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원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거액을 주겠다는 B씨와 만나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B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A씨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모욕적인 행동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술에 취해 누워 있던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해가며 같은 행동을 반복해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모의 방임 또는 학대로 정서적·경제적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음에도 불우한 환경을 딛고 괜찮은 사회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품행장애 등 진단을 받은 남동생을 보살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탓에 다소 허황된 피해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혼인신고를 했다"며 "B씨에게서 받은 모욕, 성적 수치심, 기망 행위에 대한 분노감정을 고려하면 범행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등 범행 경위를 종합해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살인 범행이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며 "실형 선고 및 보호관찰을 통해 상당한 재범 방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봤다. 이에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청구는 기각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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