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늘 쓴 졸업식 꽃다발 팔아요. 사진만 찍었어요"
졸업식과 밸런타인데이가 겹쳐 꽃 수요가 급증하자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사진만 찍은 꽃다발을 되판다는 판매글들이 올라오며 중고 꽃다발 매매가 졸업·입학 시즌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12일 서울 마포구·영등포구 일대에서 접속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졸업식에서 주고받은 꽃다발을 되판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4~5만원대에 산 꽃다발을 2~3만원대에 되파는 식이다. 비누 등으로 만든 조화 꽃다발이나 인형이 포함된 꽃다발도 있었다.
이처럼 꽃다발 중고거래가 활발해 진 것은 꽃값이 '금값'이 된 영향이 크다. 고등학교 졸업생 학부모 오모씨(52·여)는 중앙일보를 통해 "예전에 2~3만원 수준의 꽃다발이 5만원이더라"며 "차라리 용돈으로 줄까 한참 고민하다 집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를 보면 1~10일 동안 양재꽃시장 장미류 한 단 평균 경매가는 1만3655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894원에 비해 80%이상 오른 가격이다.
장미 꽃다발에 빠지지 않는 안개꽃은 기간 1단에 일평균 1만 3072원으로 1년 전(9150원)보다 42.9% 올랐다. 봄이면 꽃집에 등장하는 프리지어는 1단에 2705원으로 1년 전 가격인 2072원)보다 30.6% 올랐다.
온·오프라인 점포나 상품의 형태 등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꽃집에서는 프리지어 한 단에 다른 장식 꽃을 곁들어 4만원에 파는 곳도 많았다. 졸업식 꽃다발이라는 명목으로 5만원대에 판매하는 곳도 쉽게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코로나 방역 조치가 해제돼 올해 완전한 대면 졸업식이 열리며 꽃 수요가 크게 늘어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꽃값이 급등한 데에는 포장재값을 포함한 재료비도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계속된 한파에 난방비가 급등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고물가에 꽃값 급등으로 꽃다발에 지갑을 여는 사람이 줄어든 데다 중고거래까지 활성화되면서도 특수를 기대하던 상인들도 울상이다.
50년째 입학·졸업 시즌에만 꽃을 떼다 판다는 한 상인은 "타산이 안 맞으니 꽃을 팔러 나오는 이들도 줄었다"며 "3만원에 팔다 안 팔려서 2만원으로 내렸는데도 비싸다고 안 사려는 분위기다. 예전에 비해 5분의 1 정도의 수입"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