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법이란 2005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거센 공분을 불러일으킨 제시카 런스포드 강간 살해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법이다. 당시 9세였던 런스포드는 이웃에 살던 존 쿠이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
이에 플로리다주는 12세 미만에 대한 성범죄자에게 의무적으로 최저 25년의 징역형과 평생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하고, 학교와 공원에서 약 610m 이내에 거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제시카법은 현재 미국 30여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달 26일 법무부가 5월 국회 제출을 예고한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은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한 뒤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 시설로부터 최대 500m 안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데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에게도 소급 적용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범죄자의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반론이 맞서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이 공개된 서울 거주 성범죄자 423명의 주거지를 확인한 결과 422명(99.8%)이 미성년자 교육 시설 500m 이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거주제한 대상과 방식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제시카법 도입과 함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현재 비(非)주택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그의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미성년자 교육시설은 636m 떨어진 어린이집이었다.
제시카법이 시행되면 적용 대상이 된 성범죄자는 새로 정착할 곳이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두순, 김근식 등 악성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두고 일었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성범죄자가 떠나는 지역은 환영할 테지만 대신 새로 성범죄자가 유입되는 지역은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설사 제시카법에 적용되지 않더라도 성범죄자 '퇴출'을 요구하는 인근 주민의 압박이 커지면 어쩔 수 없이 이사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성범죄자가 미성년자 교육시설이 밀집한 서울을 떠나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범죄자가 서울 등 대도시에서 다른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대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각한 지역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는 성범죄자들을 집단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 설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외조항을 둬 미성년자 교육시설 500m 이내라도 성범죄자가 거주할 수 있는 보호시설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라며 "성범죄 재발을 막겠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법안을 다듬고 있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