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어린 손녀의 친구를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하려 하는 등 5년간 성 착취를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6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진실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황승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유사성행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7)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1월 자신의 손녀와 놀기 위해 찾아온 B양(당시 6세)을 창고로 데리고 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8년 8월과 11∼12월, 2019년 9월 자신의 집 또는 이웃인 B양의 집 등지에서 3차례에 걸쳐 B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했다. A씨는 또 2020년 1월 자신의 집에서 B양을 상대로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휴대전화로 B양의 신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다문화가정의 B양이 양육환경이 취약하고 손녀의 친구이자 이웃이라는 점 등을 이용해 용돈 등을 줘 환심을 산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A씨를 기소했으나 A씨 측은 재판이 시작되자 "피해 아동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공간적·시간적 특성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으며, 허위로 진술할 동기나 이유도 없다"라며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고, 주변인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무죄를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내려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간 부착 명령을 파기하고 검찰의 부착 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