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춤췄다고 징역 10년... 어떤 춤이었길래?

입력 2023.02.01 12:03수정 2023.02.01 14:20
길거리서 춤췄다고 징역 10년... 어떤 춤이었길래?
모하메드 아흐마디(22)와 그의 약혼자인 아스티야즈 하기기(여·21)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란 법원이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춤을 춘 커플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AFP 통신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인권운동가통신(HRANA)을 인용해 보도했다.

HRANA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 혁명법원은 모하메드 아흐마디(22)와 그의 약혼녀인 아스티야즈 하기기(21)에게 각각 징역 10년 6개월과 인터넷 사용 및 출국 금지 명령을 선고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아자디 타워' 앞에서 서로를 껴안으며 애정 어린 춤을 추는 영상이 인스타그램 등에 유포돼 지난해 11월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들이 △국가안보를 교란할 목적으로 모임을 개최하고 △성적 일탈을 조장했으며 △반체제 선전 선동을 벌였다고 판시했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춤을 출 수 없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도 처벌받는데 당시 아흐마디는 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 채 맨얼굴을 드러냈다.

이들 가족과 가까운 소식통은 이날 HRANA에 공판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변호인 접견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보석 신청도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하기기는 현재 테헤란 외곽에 위치한 악명 높은 여성 교도소인 '차르카크'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현재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여·22)가 지난해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현지 도덕 경찰에 체포된 이후 여성 인권 향상과 개혁·개방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외국의 사주를 받은 '폭동'으로 규정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탄압해 왔다. 유엔은 지금까지 최소 1만40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유포된 아흐마디와 하기기의 '댄스 영상'도 이러한 반정부 여론에 힘입어 현지 SNS 등지에서 체제에 저항하는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란 사법 당국이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배경이다.

특히 이들이 춤을 춘 아자디 타워는 이란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장소라고 AFP는 분석했다. 이란 팔레비 왕조는 1971년 왕권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샤야드'란 이름으로 이 타워를 건립했다.


그러나 이슬람 혁명 이후 사야드 타워는 '자유(아자디)'로 개명됐다. 아자디 타워를 세운 건축가 호세인 아마나트는 현재 망명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타워는 2006년에 들어서야 일반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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