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일찍 출근해서 팀 분위기 흐리지 마라."
야근이 싫은 탓 회사에 2시간 일찍 출근해 업무를 보는 6년 차 직원이 대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자발적 노예"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찍 출근하는 직원, 물 흐리는 걸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의 회사는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이 '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근무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해 필수 근무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에만 근무한다면 출퇴근이 자유롭다고 한다.
다만 주 40시간 근무는 필수이며, 야근은 12시간 제한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문제는 A씨의 야근 혐오에 잇따른 이른 출근이었다. 그는 "야근은 절대 하기 싫다는 주의라서 일이 많으면 오전 7시에 출근한다"며 "물론 자발적으로 일찍 출근하는 거라 돈도 안 주고 일 끝나면 4~6시 사이에 퇴근하니 야근 수당도 없다. 단, 출근 카드는 9시에 찍는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야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그러나 야근 시간에 A씨의 이야기가 나왔다.
팀장이 직원들을 향해 "괜히 야근해서 수당 챙겨갈 생각하지 말고 A씨처럼 일찍 나와서 일 끝내"라고 말했다는 것.
A씨는 "입사한 지 6년이나 됐는데, 이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며 "근데 일찍 나오면 차도 안 막히고 느긋하게 업무 처리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상사가 출근하자마자 이것저것 자료 요청하는 스타일이라 미리 정리할 시간도 있어서 좋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마 전에 대리님이 저 따로 불러서 '괜히 일찍 출근해서 팀 분위기 흐리지 말고 정시 출근해서 정시 퇴근하거나 야근하라'고 말했다"며 "결국 며칠간 회사 건너편 카페에서 아침 먹으면서 시간 보내고 있다. 차 막히는 건 싫어서다. 근데 이게 며칠 되니까 조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렇게 물 흐리는 짓을 한 거냐. 일찍 출근하면 다른 팀원들 지각할 것 같을 때 자리에 가방 놔주고, 회의 준비 도와주고 그랬다"고 덧붙이며 글을 마쳤다.
누리꾼들은 "팀장이 제일 나쁘다"면서도 A씨의 행동을 나무랐다.
이들은 "다른 사람 입장에서 민폐일 수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만큼의 시간을 일하고 그 외에는 수당을 받는 건데 A씨 때문에 정당하게 받는 수당을 눈치보게 생긴 것", "그럼 신입도 눈치 보다가 강제로 야근하게 된다", "노동자 권리 힘들게 쟁취해내고 지켜내는 사람들 노력 한순간에 물거품 만드는 것", "왜 굳이 회사에서 무상으로 일을 더 하려고 하냐", "준다는 거 안 받으면 본인만 호구 되는 게 아니라 동료나 후배들도 싹 다 물 먹이는 짓", "왜 무상 노동해서 다 같이 노예 되는 길을 가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야근하기 싫으면 차라리 일찍 출근하는 걸 티 내지 마라", "7시에 왔으면 7시에 출근카드 찍고 4시에 퇴근해라" 등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법률에서는 조기 출근과 그 수당에 관한 문제에서 '회사의 강제성'에 중점을 둔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조기 출근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수당을 청구하기는 어렵다. 상사의 지시·감독 사실이 입증된 경우라면 조기 출근 역시 연장 근무로 인정돼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