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 복무 중 애인의 변심 등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던 장병이 실제론 상급자의 토사물을 먹게 한 강요와 구타에 따른 모욕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 사실이 35년 만에 드러났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30일 제59차 정기회의를 열어 이 사건을 포함해 총 42건을 진상규명하고 51건을 종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군 기록상엔 사건 당사자인 고(故) 강모 일병이 '빈곤한 가정환경과 애인 변심 등을 비관하고 휴가 중 저지른 위법한 사고에 대한 처벌을 우려하다' 1988년 자해 사망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 조사 결과 강 일병의 가정환경은 유복했고, 애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휴가 중 사고를 저지른 일도 없었다.
위원회는 "고인은 후임병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등의 빌미로 생전에 괴롭힘을 당했다"며 "특히 사망 전날엔 상급자 전역식에서 상급자가 구토를 하자 이를 먹으란 비인간적 강요를 받았고, 이를 거부하자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에 인한 모욕감 때문에 강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고인의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재심사하는 등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줄 것"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또 이번 정기회의에선 다수의 구타·가혹행위 은폐 사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됐다고 위원회가 전했다.
일례로 장병 A씨는 1994년 혹서기에 훈련을 받던 중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졌으나 상급자는 이를 '훈련 거부'로 판단해 폭행했고 이후 A씨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돼 끝내 숨졌다. 그러나 군은 A씨 유족에게 사과나 피해배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전쟁(6·25전쟁) 중 노무자로 징용된 B씨는 1953년 7월 강원도 금화지구에서 전투지원 노무임무를 수행하던 중 적군의 폭격으로 사망했으나 군 기록상엔 '작업 중 실종됐다'고만 적혀 있어 유족들이 70여년간 고인의 행적을 모른 채 지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위원회는 올 9월로 활동 종료 전에 모든 진정사건의 조사를 마무리한단 방침. 이를 위해 위원회는 내달 임시회의를 열어 논쟁적인 사건들만 모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위원회는 현재까지 총 1787건의 진정사건 가운데 1510건을 종결했고, 277건을 처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