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노경민 박명훈 기자 = 부산의 한 공원에서 일어난 싸움으로 70대 노인이 5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 약 1시간 20분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철창행을 면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0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고 3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12월30일 오전 10시40분쯤 부산 영도구 한 공원에서 딸과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중 자전거를 타고 옆을 지나던 C씨를 보고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구역이다'고 항의했다.
이에 C씨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역이라고 반박했고, 바로 옆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B씨(76)도 C씨의 말에 동조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양손으로 B씨의 멱살을 잡고 밀쳤다.
바닥에 넘어진 B씨는 스케이트를 벗고 A씨의 얼굴을 때렸고, A씨는 다시 B씨를 넘어뜨린 후 얼굴을 2차례 강하게 폭행했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고 잔디밭에 쓰러진 B씨는 급성심근경색을 일으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낮 12시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법정에서 폭행한 사실이 없으며 B씨가 자신을 때리는 것을 막던 중 부득이하게 손이 B씨의 얼굴에 닿았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러한 주장은 목격자의 상세한 진술 등에 따라 재판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고령인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의 내용이 상당히 좋지 않고 그 강도가 상당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며 "명백히 인정되는 폭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폭행으로 B씨의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검찰의 '폭행치사' 주장은 일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폭행과 사망 간 인과 관계는 인정되지만, B씨의 사망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부검 결과 B씨는 심한 동맥경화와 허혈성 심장질환(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생기는 질환으로 심근경색증이 포함됨)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B씨에게 이러한 질병이 있었던 것을 B씨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조차 알지 못해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A씨가 사망을 예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과 피해자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급성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할 것이라는 점까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