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입은 보디빌더 같다는 SUV, 가격이 무려...

입력 2023.01.25 06:40수정 2023.01.25 09:36
정장 입은 보디빌더 같다는 SUV, 가격이 무려...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정장 입은 보디빌더 같다는 SUV, 가격이 무려...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인테리어(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랜드로버의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10년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 3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겉모습은 운동을 열심히 한 보디빌더가 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정장을 입은 모습이지만 주행감은 '부드러움' 자체였다.

지난 17~19일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타고 서울 시내와 북악스카이웨이, 경기 파주 자유로 등 120㎞ 가량을 시승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SUV 레인지로버에서 파생된 모델로 기존 레인지로버보다 바디를 짧게 하면서도 역동성을 강화했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레인지로버보단 작아진 크기에 온로드 성능에 중심을 뒀지만 거친 도로를 달리기에도 충분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시승한 차량은 레인지로버 스포츠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 트림으로 전장 4946㎜, 전폭 2003㎜, 전고 1820㎜, 휠베이스 2997㎜, 공차중량 2480㎏의 제원을 갖고 있다. 작아진 레인지로버여도 육중함이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차량의 무게감을 알 수 있었는데, 단순한 무거움이 아니라 유연성이 받쳐주는 부드러운 주행감이었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차의 시트는 올라오고, 반대로 운전대는 살짝 내려오면서 높고 넓은 시야를 자랑했다. 마치 차량이 "제대로 달릴 준비가 됐나"라고 물어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주행을 시작하고 지하 주차장을 올라가면서부터 '다이내믹 에어 서스펜션'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에어 서스펜션은 공기를 채우는 시간 등이 필요해 역동적인 움직임이 어렵지만 '전환 가능한 볼륨 에어스프링'은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차량의 안정감을 빠르게 가져왔다. 특히 북악 스카이웨이를 오르고 내리면서 방지턱을 넘을 때조차도 주행은 부드럽게 이어졌다.

준대형 SUV로 커다란 크기여도 코너링은 불편하지 않았다. '올 휠 스티어링' 기능을 탑재해 후방 차축도 최대 7.3도 조향이 가능해 더 짧은 반경으로 방향 변경이 가능했다. 기존 차량이었다면 이 이상 휠이 돌아가지 않아야 되는데 한두 바퀴 운전대가 더 돌아간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실제 주행에서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드라이브 모드에는 기존 차량들이 갖고 있는 다이내믹, 에코, 콤포트 모드 외에도 노면에 따라 풀밭·눈길, 진흙, 도강 등의 모드도 가능했다. 도강 모드로 변환하자 서스펜션이 올라가면서 차체가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최대 900㎜의 하천까지 도강할 수 있다.

깔끔한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었다. 딱 필요한 선만 사용하고, 이렇다 할 글씨가 적힌 버튼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13.1인치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편의성을 높였다. 내비게이션은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T맵'을 기본으로 탑재했지만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운전자 좌석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적용됐는데, 이로 인해 고속으로 달릴 때에도 이렇다 할 풍절음 없는 정숙한 주행이 가능했다. 자유로를 왕복하는 긴 주행에 잠깐 피로감이 느껴졌는데, 마사지 시트로 다가오는 졸음을 쫓아낼 수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이 기본으로 여기는 열선·통풍 시트 기능도 함께 적용됐고 센터 콘솔에는 냉장고까지 탑재됐다. 겨울에 주행한 탓에 실제 사용은 안했지만 더운 여름철 오프로드를 주행한 후 음료수를 꺼내먹는 상상이 가능했다.

커다란 차체 탓에 주차가 어려울 것 같았지만 3D 서라운드 카메라로 큰 불편함이 없었다. 서라운드 카메라를 켜자마자 화면에는 마치 차가 투명해지고, 바퀴만 보여주면서 주차 칸 안에 정확히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운전석과 보조석 뒤에는 11.4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어, HDMI를 통한 기기 연결이 가능하다. 어린 자녀를 태우고 간다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해서 성인 남자가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트렁크 용량은 835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860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는데, 2열 시트 폴딩은 버튼을 통해 자동으로 접고 펼 수 있어 편리했다.

아쉬운 점은 실내 조명이었다. 프리미엄 실내 조명으로 30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실내가 충분히 밝진 않았다. 1열 좌석에 조명이 있긴 하지만 2열 좌석에는 파노라마 선루프 탓에 이렇다 할 조명이 없었다.
야간 주행 후 실수로 차키를 떨어뜨렸는데 한참 찾아야 했다.

시승한 차량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 트림의 가격은 1억 5807만원이다. 하위 트림인 P360 다이내믹 SE는 1억 3997만원, P360 다이내믹 HSE·D300 다이내믹 HSE는 1억 5067만원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