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횡령하고 신분세탁한 은행원 25년 만에 검거된 뜻밖의 이유

입력 2023.01.20 05:45수정 2023.01.20 10:16
7억 횡령하고 신분세탁한 은행원 25년 만에 검거된 뜻밖의 이유
[펑파이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거액을 횡령한 뒤 성형 수술을 하고 신분을 세탁해 새로운 인생을 살던 전직 은행원이 25년 만에 검거됐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 등은 19일(현지시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 건설은행에 입사한 천모씨(52)가 횡령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씨는 지난 1997년 저장성 러칭시의 한 지점에서 창구 업무를 맡아 은행 컴퓨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부여받았다. 이 비밀번호만 있으면 고객들의 입·출금 내역을 조작할 수 있고 출금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천씨는 그해 4월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주말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천씨는 컴퓨터 시스템을 조작해 미리 만들어 놓은 여러 개의 차명 계좌에 566만위안(약 10억3000만원)이 입금된 것처럼 꾸민 뒤 인근 원저우의 19개 지점을 돌며 398만위안(약 7억2000만원)을 인출했다. 나머지 돈은 은행 영업시간이 지나 인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씨는 인출 직후 원저우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한 뒤 러칭의 시골에 있는 친정으로 돌아가 353만여위안(약 6억4000만원)을 가족 명의 계좌에 입금하거나 땅속에 묻어 숨긴 뒤 아버지에게 알렸다. 나머지 40여만위안(약 7300만 원)은 현금으로 챙겨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뒤 딸에게 수배령이 내려진 것을 알게 된 천씨의 아버지는 가족 계좌에 입금된 돈과 땅에 묻힌 돈을 경찰에 넘기며 자진 신고했고 천씨에게도 자수를 권했다.

하지만 천씨는 이를 뿌리치고 상하이로 도주했다. 천씨는 남편과도 연락을 끊고 가짜 호적과 신분증을 만들어 신분을 세탁한 뒤 광둥성에서 청소용품 판매 업체를 차렸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 딸을 낳고 살던 천씨는 경찰의 집요한 추적 끝에 덜미가 잡혔다. 천씨는 지난달 22일 체포되면서 25년간의 도피 생활을 마감했다.

러칭시 인민검찰원은 지난 17일 횡령과 신분증 위조, 중혼 혐의로 천씨를 기소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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