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산책하다 얼음 호수에 빠진 학생들 구한 소방관 고백 "저도..."

입력 2023.01.10 04:18수정 2023.01.10 09:33
쉬는 날 산책하다 얼음 호수에 빠진 학생들 구한 소방관 고백 "저도..."
[전북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이들을 구하려다 저도 물에 빠졌지만 아이들이 저체온증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 44분께 전북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내 세병호수에 빠진 학생들을 구조한 남원소방서 소속 김형학 소방위(42)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김형학 소방위는 9일 전북도교육청에서 감사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수여식에는 당시 구조된 중학생 2명과 학부모, 학교장 등이 참석해 생명을 구해준 김 소방위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소방위는 사고 당일 마침 근무 비번으로 집 근처 세병공원을 걸으며 산책 중이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한참 걷고 있던 김 소방위는 갑자기 호수가 쪽에서 "살려달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곧바로 달려간 김 소방위는 살얼음이 낀 호수 정중앙에 학생 두 명이 머리만 내민 채 빠져 있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에 김 소방위는 침착하게 호수쪽으로 다가가 호숫가에 비치돼 있던 구명환을 던져 먼저 한 아이를 구했다. 사고 지점에서 약 20m 떨어진 지점이었다.

하지만 한 아이를 구하고 잠시 뒤 약해진 호수 얼음이 깨지면서 김 소방위도 물에 빠지게 됐다.

동료의 도움을 받아 물에서 빠져나온 김 소방위는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 구조되지 못한 학생에게 달려가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김 소방위는 자신도 물에 빠졌지만 구조하지 못한 학생이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도록 차가운 물 속에서도 학생을 껴안는 등 살신성인의 자세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다.

김 소방위는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물에 빠지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소방관으로서 위험에 빠진 생명을 구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거석 전북도 교육감은 "차가운 물에 빠진 학생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귀중한 생명을 구해준 김형학 소방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김 소방위의 희생정신을 본받아 우리 학생들도 따뜻하고 성숙한 마음을 지닌 어른으로 커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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