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최근 5년간 아프리카 대륙 북단과 바다 건너 맞닿은 유럽령 스페인으로 들어오려다 사망한 난민이 매일 6명꼴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스페인 비정부기구(NGO) '국경을 넘어(Caminando Fronteras)'가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2년 11월 30일까지 바다를 건너 스페인 본토나 북아프리카 스페인령 세우타·멜리야로 진입하려다 사망한 난민 수는 1만128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인 7692명은 아프리카 해안에서 스페인 남부 대서양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던 중에 사망했다. 이 루트는 최근 낡은 소형 배를 타고 이동하는 난민이 늘며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모로코 해안에서 출발하면 해상 이동 경로가 100km로 가장 짧지만, 많은 난민들은 그보다 더 남서쪽에 있는 모리타니아에서부터 배를 타고 오기도 한다. 이 경우 해상 이동 경로는 1000km도 더 된다.
난민 물결은 2019년 말 유럽이 허용 이민자 수를 급감시킨 뒤부터 증가했다는 게 단체의 분석이다.
엘레나 말레노 국경 넘어 대표는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보고서를 통해 특히 시간이 경과할 수록 이민자들의 이동 경로가 더 위험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와 스페인 사이의 루트도 두 번째로 위험한 경로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이 경로에서 1526명이 국경을 넘으려다 희생됐다.
그 밖에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령 세우타와 멜리야로 들어가는 길에서도 같은 기간 47명이 사망했다. 올해 6월에도 이곳에서 국경을 넘으려던 난민이 사망한 바 있다. 모로코 당국이 집계한 당시 희생자 수는 23명, 국제앰네스티가 집계한 수는 37명이다.
특히 5년간 전체 난민 사망자 중 40% 이상(4639명)이 지난해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아직 12월 집계가 합산되지 않았지만, 11월까지의 집계가 2154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같은 기간 전체 1만1286 난민 희생자 중 여성은 1272명, 아동은 377명이었다.
이들의 출발지는 부르키나파소, 말리, 기니 등 아프리카 지역과 예멘,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 중동, 미얀마, 스리랑카, 인도 등 아시아 총 31개국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희생되는 난민의 시신 대부분은 바다 깊이 잡드는 등 결코 수습되지 않으며, 실종자들을 찾는 데 있어서도 국제적인 도움이 부족하다고 단체는 호소했다.
스페인은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지역 난민들이 유럽 대륙으로 들어가는 주요 관문 중에 하나이며, 올 한해(11개월)에만 벌써 약 3만 명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