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 감독은 14일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의 '어텐션' 특집에 게스트로 출연해 아들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손흥민의 축구 스승이기도 한 손 감독도 축구선수 출신이다. 프로로 활동하면서 37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한때 국가대표 B팀에 선발되기도 했으나 부상으로 20대 중반에 조기은퇴했다. 손 감독은 자신은 "무늬만 프로였다"고 했다. "어디가서 '나 축구했어'라고 제 입으로 말해본 적이 없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축구를 했었을 때 만큼은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왼발을 잘 쓰기 위해 오른쪽 축구화에 압정을 꽂고 연습을 했을 정도였다. 손 감독은 "압정에 두 번 찔려본 경험이 있는데 효과를 봤다"고 했다.
양발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손 감독은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왼발을 잘 쓸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그는 "발 씻을 때도 왼발부터, 양말을 신거나 공을 찰 때도 왼발부터 시켰다. 슈팅 연습을 할 때도 왼발을 1.5배 더 사용하게 했다"고 밝혔다.
과거 "흥민이는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팬들 사이에서 '월클 논란'을 일으켰던 손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아들에겐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일찍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손 감독은 젊을 때 힘겹게 삶을 꾸려나갔다. 손 감독은 "막노동판에 가서 일도 하고, 사글세 살고 하다 흥민이 어렸을 땐 컨테이너에서도 살았다"고 말한 뒤 "2세가 태어나면 '운동을 안 시키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다. 내가 낳았지만 또 다른 인격체 아니냐"라고 했다.
MC 유재석이 "아직도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래스가 아니냐"고 묻자 손 감독은 "그건 아니다.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내 자식이라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흥민이의 축구가 늘 10% 성장하기를 바란다. 흥민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 됐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전성기는 내려가라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단, 아름답게 점진적으로 내려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 감독은 손흥민의 성적보다는 '행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시즌 초반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것에 대해 "8경기가 아니라 16경기에서 골이 안 나오면 어떻냐"며 "흥민이에게는 '경기 결과와 내용을 떠나서 행복해서 축구를 한 만큼, 행복하게 경기를 하고 와'라고 이야기를 한다. 득점왕도 우리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본인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집에 돌아오는 게 가장 좋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손 감독은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안와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고도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손흥민의 뒷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손흥민은 부상 약 3주 만에 얼굴 보호대를 착용한 채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손 씨는 "부모라면 다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쓰러진 뒤 얼굴을 보니 함몰됐더라. '골절이구나', 하는 동시에 '아 월드컵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흥민이도 같은 생각을 했다더라. 수술 날짜를 최대한 당겨 달라고 했다.
이어 손 감독은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더 앞서 사력을 다했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선수들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건 국민과 축구 팬들이 엄청난 성원과 힘과 사랑을 보내줬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그게 축구의 발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