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이 천 마디를 한다”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의 한 공터에서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 잔해들이 쌓여 있다. 하나의 거대한 산(山)을 이룰 정도로 쌓인 미사일 잔해는 그동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쏟아 부었는지 짐작케 한다. 긴 설명 없이도 천 마디를 하는 사진 한 장이다.
매디슨폴리시포럼의 시가전 전문가인 존 스펜서 미 육군 예비역 소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경찰 두 명이 공터에 쌓인 러시아 미사일 잔해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공유한 것. 그는 하르키우로 날아온 해당 미사일 중 대부분이 민간 시설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러시아군은 남부 헤르손 등에서 철수한 뒤 동부 돈바스와 북부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며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퍼붓고 있다. 특히 하르키우는 지난 9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했지만, 여전히 러시아군의 주요 공격 대상이며, 최근 에너지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한 러시아군의 정밀 타격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예브헨 에닌 우크라이나 내무부 차관은 4일 인터뷰에서 “현재 8개주 507곳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하르키우주 지역이 112곳으로 제일 많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런 물량공세는 러시아군의 무기 고갈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월 24일 개전 후부터 지난달 18일까지 고정밀 미사일의 3분의 2를 소진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는 전체의 13%만 남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배치된 900기 중 829기를 소모했으나 추가 생산은 48기에 그쳤다.
순항미사일 칼리브르도 기존 500기에 120기를 추가 생산했으나 391기를 소모하면서 비축량이 37%까지 떨어졌다. 공대지 미사일도 극초음속 ‘킨잘’을 제외하면 비축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무기 공급 능력’이 향후 이 전쟁을 판가름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무기를 소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나토 고위 관료는 NYT에 “지난 동부 돈바스 지역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6000~7000발의 대포를 쐈고, 러시아군은 4만~5만 발의 탄약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무기 생산국인 미국이 한 달 생산하는 탄약이 1만5000발이란 것을 생각하면, 양측은 말 그대로 서로를 향해 무기를 있는대로 쏟아부은 셈이다.
최근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미사일 부족으로 과거 핵탄두가 달린 구형 미사일에서 탄두를 제거하고 발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