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받이 러 군인 살리려고"... 우크라 '나는 살고 싶다' 핫라인

입력 2022.12.02 09:48수정 2022.12.02 13:17
"총알받이 러 군인 살리려고"... 우크라 '나는 살고 싶다' 핫라인
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거리에 러시아 병사인 데니스 다비도프의 초상화와 함께 '러시아의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란 문구가 쓰인 선전물이 걸려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군의 투항을 유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설한 핫라인에 러시아 병사들의 전화 문의가 하루 100통 이상 빗발치고 있다고 영국 BBC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9월 러시아군의 투항을 유도하는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 핫라인을 개설했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바로 연결되는 핫라인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왓츠앱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부 정보를 등록하면 된다. 콜센터 측은 연락한 군인들에게 인도적 대우를 할 것을 약속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핫라인을 통해 러시아군 병사와 가족 등으로부터 하루 100건이 넘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접수된 문의는 총 3500여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핫라인을 통해 접수되는 문의는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이후와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직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콜센터측의 상담가 중 한명은 “저녁 시간대가 가장 바쁜데 군인들이 부대에서 몰래 빠져나와 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주로 항복 등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질문한다”고 덧붙였다.

상담가는 “주로 남성들이 전화를 하는데 그들은 간절하면서도 좌절스러운 모습”이라며 “핫라인이 어떤식으로 작동하는지, 함정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담가는 일부 병사들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측의 반응을 떠보거나 자극하기 위해 전화를 걸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BBC는 우크라이나의 투항용 핫라인 운영이 러시아 병사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한 일종의 정보전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제작한 관련 선전영상은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폭발 장면과 러시아 병사들이 투항하는 사진 등을 보여준다.

항복한 러시아군은 전쟁포로 교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의 국방·외교 분야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도 이번 전쟁과 관련한 내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포로 교환에 임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병사 투항 핫라인 프로젝트 담당자인 비탈리 마트비옌코는 “우리는 싸우기를 원치 않는 러시아 징집병을 대상으로 전장에서 총알받이로 버려지는 군인들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이 사업은 (러시아군이) 자발적인 항복으로 목숨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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